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이 다음달 2일 공식 출간되는 자서전에서 남북 정상회담 포기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지난 2009년 8월23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당시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저희 장군님께서는 북남 수뇌들이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적었다. 닷새 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온 김 비서와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함께한 자리였다.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북한이 먼저 꺼내기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남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급작스런 북한 요청에 당시 이 대통령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이전 정권이 해놓은 일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남북 간에는 많은 합의가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노태우 대통령과 합의한 문서도 있고 저는 이 모든 것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북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회고록에서 이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등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유일하게 꼽는 성과가 바로 대북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당부했던 점도 대북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되었으며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G20 차원에서 200억달러를 모금하기로 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북한 역시 태도만 바꾸면 한국의 주도하에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털어놓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불가피성 등을 설명했으며 해외 자원개발 외교의 배경과 과정도 담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자서전은 총 12개 장, 800쪽으로 구성됐다. 당시 청와대 참모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5년은 출범하자마자 광우병 사태와 세계 금융위기라는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한 '위기의 시간'인 동시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역대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받은 '기회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돌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