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8일만에… 고개숙인 안철수

"다운계약서 사과… 더 엄정한 기준·잣대로 살겠다"
'저격수' 장하성 영입… 캠프 명칭 '…진심캠프' 확정
與 "귀족 군생활 해놓고 군복무를 고문이라니" 공세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종로 공평동 선거 캠프에서 부인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과 탈세 의혹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류효진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출마 선언 8일 만에 부인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해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더 엄정한 기준과 잣대로 살겠다"며 조기 파문 수습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파상적 검증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통합당은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동지인데…"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안 후보는 경제정책을 총괄할 책사로 논란이 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대신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영입해 정책대결을 부각시키며 의혹 제기에 정면 돌파할 태세다.

안 후보는 27일 서울 종로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장 교수의 캠프 합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01년 아파트를 살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깊이 고개 숙였다.

주택 실거래가 신고 의무는 2004년부터 도입돼 안 후보의 부인이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탈세 목적이 커 안 후보가 자신의 책에서 "탈세에 대해 일벌백계하고 엄중 처벌해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은 부메랑이 됐다. 그는 "앞으로 더 엄정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26일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일자 안 후보는 보도자료를 내고 "2001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실거래가와 다르게 신고했다"며 "잘못된 일이고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직접 사과하며 추석을 앞두고 조기 민심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안 후보 부인 김씨의 서울대 교수 특혜 임용 의혹에 이어 안 후보가 귀족 군생활을 했다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인데 안 후보는 자신의 책에서 군복무를 '공백기' '고문'이라고 비하했다"고 비판하며 "군생활 1년은 주말마다 외박을 하고 2년은 서울의 연구소에 배치돼 집에서 출퇴근, '귀족' 군생활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도 "2~3개월 정치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면 외국에서 얼마나 우습게 알겠는가"라며 안 후보에게 재차 날을 세웠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마다 다운계약서 작성과 탈세 의혹이 제기되면 가차 없는 비판과 낙마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말을 아끼며 사태 추이를 살폈다.

문재인 후보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치적 동지인데 곤혹스럽다"며 "안 후보가 사과를 했으니 국민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 측은 이날 선거캠프 명칭을 '안철수의 진심캠프'로 확정하고 향후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고 의혹이 불거지면 사실관계를 조속히 파악해 정직하게 답하되 근거 없는 의혹에는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이날 이 단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대학이 절차를 밟아 임용한 것에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안 후보는 "장 교수가 저희 캠프에 참여해 정말 큰 원군을 얻었다"며 정책대결에 주력할 뜻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안 후보의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제외한 경제∙사회정책을 총괄하고, 특히 경제민주화 포럼의 대표로 재벌개혁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로운 시대로 가는 변곡점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안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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