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의 2라운드인 증권계열 매각이 16일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본 궤도에 오른다. 2조원짜리 공룡인 우리투자증권을 가져갈 인수자로는 KB금융지주가 가장 유력하다. 지난달부터 매각공고에 들어간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은 새마을금고가 인수를 저울질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다르면 우리금융지주는 16일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ㆍ우리자산운용ㆍ우리저축은행ㆍ우리파이낸셜(여신전문금융회사)ㆍ우리F&I(부실채권투자회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낸다. 매각 예상가는 1조5,000억~2조원이다.
당초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가장 인기가 많은 우리투자증권에 매각 가능성이 낮은 우리아비바생명ㆍ우리자산운용ㆍ우리저축은행을 묶고 매수자가 확실한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를 각각 파는 이른바 '4+1+1' 방식을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기준으로 업계 2위여서 증권사는 물론 금융지주회사나 은행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간의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이미 여러 번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농협지주의 경우 중앙회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금융당국은 4개를 한꺼번에 사겠다는 곳이 하나라도 있다면 일대일 협상을 할 계획이지만 계열사를 쪼개 팔 가능성을 열었다. 당국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만 팔기는 힘들고 한두 개 계열사를 떼어달라는 제안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는 각각 2곳 이상의 인수자가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파이낸셜은 쌍용차 할부금융을 맡았던 한미캐피탈이 전신으로 최근에는 개인소액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뛰어들려는 여신전문회사나 개인소액대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 등이 주목하고 있다.
우리F&I는 최근 흔들리는 취약업종의 부실자산을 저가에 사서 수익을 남기는 부실채권(NPL) 투자업체나 이 업계에 진입하려는 매수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부터 오는 9월23일까지 매각공고를 받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도 인수희망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광주은행은 DGB금융지주(대구은행)와 JB금융지주(전북은행)가 인수에 대한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한 가운데 새마을금고가 재무적투자자로서 관심을 갖고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운용자산의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경남은행에는 관심이 없다. 그 밖에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의향을 밝힌 바 있다.
경남은행은 BS금융지주(부산은행)ㆍDGB금융지주와 경남상공회의소가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했다. 특히 BS금융지주는 경남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재무적투자자로 경남은행의 독자생존을 돕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지방은행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대 7,000억원의 법인세를 어떻게 피할지도 변수다. 우리금융은 인적분할과 함께 경남은행지주와 광주은행지주를 설립하고 곧바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으로 합병한 뒤 매각된다. 과세당국은 인적분할과 합병을 일종의 자산양도로 보고 법인세를 매기는데 우리금융이나 지방은행 인수자가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과정이므로 특례법을 통해 면제하려 하지만 세제개편안 논란으로 세원발굴이 급해진 과세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