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압박]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번 사태로 유가 뛰면 동남아 서민에 직격탄"


서방의 임박한 시리아 공격에 대해 월리엄 페섹(사진) 블룸버그 칼럼리스트는 "시리아 사태로 원유 값이 상승할 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이 많은 동남아시아의 서민들은 생활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섹은 아시아ㆍ태평양에서 10여년간 근무한 이 지역 문제 전문가로 28일 블룸버그코리아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페섹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민을 하루아침에 안정적인 삶에서 노숙자로 전락시키는 상황으로 내몰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라며 시리아 사태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원유 수입 규모가 커 원유 가격 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시장이 가장 크게 출렁이는 인도의 경우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전체 수입 중 원유 및 석유제품의 비중은 34.47%에 달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해 원유ㆍ석유 및 역청유 수입 비중이 전체의 20.2%로 가장 높았다.

게다가 이들 국가들은 지난 3개월간 화폐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7월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9.64%를 기록해 16개월 연속 9%를 상회했으며 인도네시아 역시 8.61%로 4년6개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실제 지난달 기자와 만난 인도ㆍ인도네시아의 서민들은 고물가에 삶이 팍팍해지고 있고 특히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페섹은 유가 상승이 한국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 시 물가상승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한국은행의 운신 폭을 좁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페섹은 고유가와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아시아 금융시장 혼란이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연간 7% 성장은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아시아 각국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1997년에 은행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에 대출해줬던 1,000억달러를 급격히 회수해 외환위기를 부채질했지만 오늘날에는 일본 경제가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페섹은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해 '선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연간 국민소득이 1만달러 언저리에서 진척이 없는 '중진국의 함정'에서는 도약했으나 그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수출 중심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비스 부문 육성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ㆍ중소기업의 조화가 필요하며 특히 현재의 재벌에 대해서는 '경제적 산소를 독점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을 해 눈길을 끌었다.

페섹은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본이 2년 이래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만약 이를 달성할 시 현재 0%대인 금리가 1% 이상으로 오를 텐데 이때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국가부채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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