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허위 정보를 이라크 개전의 명분으로 삼은 데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이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16일 조지 테닛 CIA 국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상원 비공개 청문회에서는 이 문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월 국정연설에 어떻게 포함되게 됐는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민주당의 딕 더빈 의원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백악관 관리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테닛이 이 관리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CIA와 논쟁한 뒤 국정연설에 이 문구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더빈 의원은 또 “백악관과 CIA가 진실을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를 놓고 협상했다”며 백악관이 문구의 허구성을 사전에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연설문에 삽입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테닛 국장이 국정연설에 우라늄 부분이 포함된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해 이 문구가 CIA가 제시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백악관의 입장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말도 안되는, 웃기는 얘기”라며 “CIA가 문제의 문구를 삭제하라고 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문회가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허위 정보에 대한 책임이 백악관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테닛 국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오히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테닛 인책을 강하게 주장해 민주당으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테닛이 청문회에서 “CIA 관계자가 백악관 관계자와 협상한 뒤 그 문구를 승인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밝혔지만, 문제의 핵심은 테닛이 왜 그 문구가 연설에 포함되는 것을 막지 못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이유로 넣도록 결정했느냐`이기 때문이다.
일부 행정부 관리들도 이날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설이 국정연설에서 언급된 이후인 2월까지 CIA가 이를 증명할 문서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국정연설 허위 정보 파문이 테닛 국장 선에서 진화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의 존 록펠러 의원은 “테닛 국장이 비난받고 있지만 책임이 어디까지 추궁돼야 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며 백악관 관리를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원 정보위원회도 다음 주 이라크 관련 정보에 관한 청문회를 시작한다.
`이라크 우라늄 구입` 허위 정보 파문은 지난해 12월 국무부가 이라크와 니제르 사이에 오간 서신을 토대로 니제르가 사담 후세인 정권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판매하려 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백악관은 이 서신들이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자 최근 “이 정보들이 믿을 만한 것이 아니었으며 연설에 포함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유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