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버지니아공대 참사 충격 속에 잔뜩 긴장한 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은 현지 생산ㆍ판매에 지장을 초래할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은 만큼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이나 광고 등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참사로 현지인들의 반한감정이 불거질 경우 예측불허의 사태로 진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현지 마케팅 활동 예정대로 진행=현재까지 예정된 현지행사를 취소한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참사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정부의 대책 방향에 보조를 맞춰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한인 사회가 동요하며 대외적인 행사를 자제하고 있지만 삼성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북미총괄본부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도 사태 추이에 따라 순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아직 생산ㆍ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진 않지만 영업점이나 AS거점을 찾은 고객들이 감정적인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고객응대에 더욱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제품 인지도 추락 우려=하지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 추락이나 불매운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체 미국시장에서 LG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북미 법인에서 시시각각 상황을 보고하고 있지만 혹시나 한국인에 대한 테러나 불매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A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의료기기업체 메디슨도 전체 매출 가운데 3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번 사태가 극단적으로 ‘한국산 불매 운동’ 등 인종차별문제로 확산되지 않기를 기대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현지에 진출해 있는 벤처기업의 초기 마케팅 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국내 벤처기업의 현지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김명관 중소기업진흥공단 과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이 파기되거나 마케팅에서 불이익을 받은 일은 없으며 혹시라도 발생할 불이익을 타개할 수 있도록 입주업체가 서로 좋은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면서 마케팅 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 비즈니스 타격 크지 않을 듯=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국가 또는 기업간 비즈니스에 심각한 타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지 언론에서 범인이 이민자로서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는데다 버지니아주의 총기 판매문제를 집중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현지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버지니아공대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의 스코츠빌에서 타이어코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효성은 이번 사건으로 달라진 점이 없으며 직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도 포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효성 본사 관계자는 “현재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현지 직원 100여명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영업 측면에서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