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라디오 연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109차 방송을 마지막으로 라디오ㆍ인터넷연설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4년 5개월에 걸쳐 월요일 아침, 국민 여러분을 찾아 뵈었습니다.
라디오연설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였습니다. 세계 어떤 선진국가도,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직면해서 정부는 모든 것에 우선해서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쏟았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2백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2만개의 기업이 도산했던 일을 생각하면, 오직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라디오를 통해 국민에게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 용기를 북돋워 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정부의 힘만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협력을 부탁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라디오연설은 국정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하는 통로였고, 제작과정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 민생 현장이었습니다. 국가적 경사에는 함께 기뻐하고, 어려울 때는 슬픔과 위로를 나누는 교감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천안함 46 용사들을 떠나 보내면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이름을 부를 때는 목이 메고 가슴이 저렸습니다. 런던 올림픽의 감동과 기쁨을 나눌 때는 제 목소리도 함께 저절로 커졌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공감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가을, 추석 물가를 살피기 위해 구리에 있는 새벽 농수산물 시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 채소장사 할머니에게 “뭐 도와드릴 게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제 손을 잡고 다른 채소가게로 데리고 가서 “나보다 어려운 이 사람 좀 도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어려우면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라디오연설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을 청취하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진심은 물론 우리 국민의 땀과 눈물,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기에 이 방송은 훗날 이명박 정부 5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대의 거울로 남으리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며칠 뒤면 대통령직을 떠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위대한 국민’의 부름을 받아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일한 지난 5년은 저에겐 너무나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 큰 기쁨이자 영광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과 위대한 우리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러한 큰 뜻을 품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려서는 밥이나 제대로 먹고, 젊어서는 월급 나오는 일자리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꿈을 하나하나 실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민을 위해 일해 보겠다, 국가를 위해 일해 보겠다’고 하게 된 것입니다.
열사의 사막에서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아프리카에서,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온 세계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했습니다. 제가 가진 이 모든 것을 바쳐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노인에게 희망을 주고,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고,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정치의 시대’를 넘어 ‘일하는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권력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꾼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어려운 일을 맡은 것은 어떤 특별한 소명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지난 5년간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해 주시고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우리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잘 극복했다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세계가 다 후퇴할 때 오히려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은 사상 최고로 높아졌고 세계 무역 7대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한 해외 언론은 우리를 '글로벌 경제위기의 승자'라고 불렀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소식은 올 해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30년에 우리나라가 이탈리아, 일본, 영국, 프랑스보다도 더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습니다.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보람이자, 우리 스스로 높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묵묵히 땀 흘려온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어려서부터 길에서 장사도 하고, 일용 노동자, 청소부 노릇도 해 본 저이기에 어느 정부보다도 복지를 많이 늘리고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서민들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고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 분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서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을 합니다. 대통령직을 떠난 뒤에도 우리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미력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5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매 순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기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습니다. 이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내려놓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여전히 어렵지만,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힘찬 전진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박근혜 당선인과 새 정부에 따뜻한 축복을 보냅니다.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