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요즘 때 아닌(?) 휴가시즌에 돌입했다.
길지는 않지만 각 과별로 직원끼리 돌아가며 1~2일짜리 짧지만 달콤한 겨울휴가를 즐기고 있다.
재정부 예산실의 휴가는 '말 그대로' 2년 만이다. 예년의 경우 예산실의 1~2월은 농한기(農閑期)로 불릴 정도로 한가하지만 지난 2008년 여름 본예산안 편성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지옥행군이 시작됐다.
본예산 편성이 끝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곧바로 수정예산안을 짜야 했고 이 역시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지난해 이맘때 쉴 틈도 없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나서야 했다.
이후 여름에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느라, 가을과 연말에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냈다. 재정부의 타 실·국이 여름휴가를 떠날 때 예산실 직원들은 오전2~3시 정도까지 철야근무를 밥 먹듯 해야 했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이면 끝났을 국회 예산안 통과도 올해는 12월31일 자정 즈음에 가서야 가까스로 통과돼 예산실 공무원들은 올 새해를 국회의사당 대기실에서 보냈다.
휴가 시즌을 맞아 예산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 1동 4층은 모처럼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1년 내내 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예산담당자들로 북적이며 시장통을 방불케 했던 복도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형광등도 제대로 켜놓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오후7시가 지나면 제각각 '칼퇴근'하는 모습도 평소 예산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달콤한 농한기도 그래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말이면 부처별로 중기 재정계획을 취합해 확정해야 하고 4월 재정전략회의에서 부처별 예산총액한도를 취합한 뒤 5월부터는 각 부처에 예산요구양식 등을 배포하며 본격적인 예산안 편성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