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거품

서울에서 동시 분양되는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3,0000만원을 넘어서면서 가격이 과다하게 높게 책정되었다는 비난의 여론이 있다. 서울지역 동시 분양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격은 98년 521만원에서 2000년 670만원, 2002년에는 840만원으로 급등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소비자 단체가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분석했더니 주택건설업체가 가격을 부풀려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은 기존 아파트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이는 또다시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는 분양가격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택건설업체는 땅값, 자재 및 인건비 상승과 마감재 고급화 등 원가상승 요인 때문에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가격은 공산품처럼 건설원가에 근거하여 산정되는 것은 아닌듯하다. 시행사 또는 주택건설업체가 주변의 시세를 고려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분양가격을 결정한다. 따라서 업체가 제시한 원가 내역서는 사실상 꿰어 맞추기에 불과하다. 분양가를 책정한 후 이를 땅값, 건축비 및 기타 사업비로 나누어 포장하기 때문이다. 분양가격이 높아진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택지부족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주택건설업체가 독자적으로 택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건설한 뒤 분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토지소유주와 시행사가 주택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택지를 확보한 시행사, 주택을 건설하는 시공사, 그리고 분양을 담당하는 분양대행사가 따로 따로 존재한다. 이들은 각각 이윤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행사는 주택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기보다는 확보된 토지로 일회성 사업을 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최대한 높혀 이윤을 극대화하게 된다. 분양을 대행하는 회사도 제한된 기간에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호화롭게 장식하여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건설업체는 고가의 외국산 수입 자재로 내부공간을 치장하고 고급 가전제품을 설치하고 나름대로 최대한의 이윤을 얻으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고소득층의 고가 선호라는 소비행태가 맞물리면서 분양가는 계속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상승의 고리를 정부의 개입을 통해 차단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택지공급을 확대하면 된다.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가 눈요기에 지나지 않는 고가의 마감재보다는 가격과 기능이 합리적인 주택을 선택함으로써 분양가격의 상승은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고철(주택산업硏원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