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골프엿보기] 올해엔 멋장이 골퍼

지난 98년은 국민 모두가 이웃과 자신의 추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아야 했던 우울한 해였다.골프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30여개가 넘는 신규건설 골프장들이 문을 닫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했고 그로 인한 실직의 아픔도 컸다. 그러나 골프의 미래를 바꿀 박세리의 등장은 한편으로 위안이 되기도 했다. TV와 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들이 태평양 건너 「박세리의 활약상」을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하면서 골프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시각을 상당부분 바꿔놓았다. 그런데 올시즌 들어 박세리의 부진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바람이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비록 박세리 개인의 영광일지라도 우리 국민들에겐 「기쁨」과 「자부심」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그같은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올해엔 이런 바람에 앞서 우리 골프문화 정착의 원년이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골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근무처의 도우미들이 바라본 「내가 겪은 골퍼들의 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골프하는 자세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첫째 OB가 나거나 친 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멀리건을 외치며 하나 더 치는 막무가내형. 둘째 골프장에 들어서면 숨쉬고 걷고 볼치는 것 외에도 모두 명령하여 해결하려는 명령형. 셋째 스코어를 꼭 적게 적어주기를 요구하고 간간히 더 적게 쳤다고 우기는 스코어조작형. 넷째 페어웨이에서 항상 좋은 위치에 볼을 놓고 치고 그린에서는 마크없이 멋대로 훨씬 앞에다 던져놓는 얌체형. 다섯째 본인만 치면 다른 일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곳이나 멋대로 다니며 진행을 방해하는 통제불능형. 여섯째 골프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도우미에게만 온통 신경을 쏟는 젯밥형. 그리고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고 본인이 해야할 일을 구별하여 할 줄 알고, 골프를 즐기며 건강과 좋은 스코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멋장이형」 등 7가지로 분류됐다. 나의 골프유형은 어떤가. 한번 돌아볼 일이며, 올해에는 모두가 멋장이 골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프는 자신이 선수이자 심판관인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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