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모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중소형 의류 브랜드의 김모 부장.
요즘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매장 직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매출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올 겨울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내년 봄 백화점의 '살생부'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해온다. 그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 그는 "백화점들이 매년 매출 순위를 매겨 퇴점시킬 업체를 가리다 보니 연말만 되면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한숨을 토했다.
내년 2월 백화점으로부터 '보따리를 싸라'는 통보를 피하기 위한 살아남기 경쟁이 의류업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퇴점 위험선상에 있는 업체들은 마케팅 등에 있어 여력이 처지는 군소 업체가 대부분이다.
김 부장은 "최근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의 입점에 더 신경 쓰면서 중소형 의류 매장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이후 1급 명품은 줄고 준(準) 명품으로 분류되는 명품은 늘어 전체적으로 보면 명품 매장 규모가 늘기는 했지만 명품이 백화점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명품의 수수료 수입도 일반 의류보다 10%포인트가량 더 낮아 명품 매장을 우대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김 부장의 넋두리는 중소형 브랜드 입장을 좀더 대변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매출의 최대 40% 가까이나 되는 백화점 수수료를 생각하면 이들의 하소연을 그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체감하는 업체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업체에 올 겨울은 혹독한 생존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김 부장은 "아무래도 백화점에 잔류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예전 같으면 온라인 쇼핑몰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그쪽과도 협의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고 대목이라는 연말에 벌어지고 있는 패션업계 살풍경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