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 "해외로 가자"은행·보험 영업환경 국내시장보다 좋아
금융회사들이 다시 해외영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지난 4년여간 해외점포의 60%를 정리하는 대수술 끝에 지난해부터 해외영업을 통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국내시장은 저금리에 대출운용도 어려워 갈수록 고전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은 상대적으로 영업여건이 좋아 해볼 만하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보험업계는 이제 해외진출 초기단계이지만 매우 적극적이다. 당장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미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해외의 잠재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 돈 되는 곳에만 나간다
금융회사들의 해외영업 전략은 외환위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미국ㆍ유럽과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에 '일단 벌여놓고 보자'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몰려나갔다. 이 때문에 한때 홍콩에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가 70~80개에 이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20개 미만이다.
홍콩뿐만 아니라 런던ㆍ뉴욕ㆍ프랑크푸르트 등 금융센터로 꼽히는 곳이면 이유불문하고 사무소라도 열어놓는 것이 과거의 관례였다. 그러나 결국 외환위기로 한때 257개에 이르렀던 은행의 해외점포가 올해는 102개로 줄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은행들은 신중해졌다. 이제 장사가 되는 곳, 확실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면 나가지 않는다는 철저한 실적 중심의 영업전략이 대세다.
중국ㆍ베트남ㆍ러시아 등 신흥시장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고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해 확실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동남아 지역이 가장 장사하기가 좋다"며 "그밖의 지역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뿐 당장은 관심 밖이다"고 설명했다.
종금ㆍ리스사 등 외환위기 전에 해외로 몰려나갔던 2금융권 회사들은 해외거점이 전멸했다.
나갈 생각을 갖고 있는 곳도 아예 없다.
▶ 잠재시장 교두보 확보
보험업계의 해외전략은 은행과는 차이가 있지만 신흥시장이 목표인 점에서는 같다. 보험사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거점을 마련하려 한다.
보험업의 특성이 그렇듯 즉각적인 수익보다는 글로벌 경쟁체질을 갖추고 미래의 잠재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게 기본전략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상하이에 지점을 설치했다. 내년 2월에는 베트남 호치민시에 합작 손보사를 설립한다.
중국 상하이가 중국 내 다른 대도시로 지점을 늘리기 위한 전초기지인 것과 같이 베트남 역시 동남아 전역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인 셈이다.
LG화재도 최근 '상해지점개설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중국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현대해상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내년 중 베이징에 합작 생보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해외시장 전략의 첫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교보ㆍ대한생명 역시 올해부터 중국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 해외영업 전망도 밝아
국내시장은 갈수록 영업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데다 대출시장이 포화상태다. 기업들은 돈을 쓰지 않고 가계대출ㆍ카드 분야는 부실이 걱정돼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노리는 신흥시장은 여건이 점차 좋아지는 추세다. 중국ㆍ베트남 등은 빠른 속도로 경제가 커지고 있고 국내기업의 진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 금융업도 그만큼 돈을 벌 기회가 많다. 은행들은 과거와 달리 대기업보다는 해외에 진출한 '유망 중소기업'들과 거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한 보험사들은 여유가 있을 때 해외 잠재시장에 거점을 마련해놓자는 전략이다.
특히 중국은 모든 보험사들이 꿈꾸는 '최후의 시장'이다. 국내시장은 이미 보험시장 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수준까지 왔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형사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이지 않고는 성장해나갈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험가입률이 한자릿수인 중국과 동남아의 몇몇 인구 대국들은 국내 보험사들에 황금어장과도 같다. 다만 어떻게 현지시장을 개척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베이징 사무소에 나가 있는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올해 2월 제정한 외자 보험사 관리규정은 중국에서의 보험사 설립을 오히려 까다롭게 한 측면이 있다"며 "중국진출을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신중히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태준기자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