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사고 뒷처리도 허술 유족들 가슴 더태워

대구지하철사고대책본부가 사고수습에만 급급 사고현장을 지나치게 서둘러 정리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화재현장에서 수거한 쓰레기더미에서 실종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안경, 옷가지, 시계 등 유류품이 대거 발견돼 실종자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25일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쓰레기더미가 보관돼 있는 안심차량기지(대구시 동구)를 수색한 결과 이날 오전까지 희생자의 유품으로 보이는 안경, 시계, 머리띠 등 20여가지 유류품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 유류품이 사고당시 희생자들의 것으로 보고 기지창에 보관된 쓰레기더미 전체를 대상으로 수색을 확대하는 등 희생자 유류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 쓰레기더미는 대구지하철공사가 사고이틀날인 지난 19일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일대를 물청소하기 전에 300포대 20톤 분량 쓰레기를 수거해 트레일러 2대에 실어 월배차량기지에 보관해 오다가 20~21일 이틀동안 안심차량기지로 옮겨온 것이다. 이에 따라 실종자 가족 등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는 “사고대책본부와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서둘러 현장을 정리해 피해자 유류품과 당시 정황이 사라진 만큼 이를 주도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사고현장 및 유류물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은 지난 23일 오전 중앙로역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주민등록증, 학생증 등 유류품 20여점을 찾아내 사고대책본부의 현장수습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편 지하철 참사 수사본부는 녹취록 조작이 드러난 지하철공사에 대해서 윤진태사장 등 간부들도 녹취록 조작에 관련여부를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25일 윤진태 지하철공사 사장을 불러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공사 감사부장과 대질 신문을 벌였다. 윤사장은 경찰조사에서 “24일 아침 경찰조사를 받기 직전, 감사부장이 `테이프내용과 녹취록이 다른 것 같다`는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1080호 전동차 운전자 최모씨가 사고직후 잠적한 11시간 동안 지하철공사 직원 8명과 만남을 통해 조직적인 사고조작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수사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된 관련 피의자 10명의 영장 서류를 검토한 대구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해운)는 25일 7명의 영장은 법원에 청구했으나 1079호 전동차 기관사, 종합사령실장, 중앙로 역무원 등 3명에 대해서는 과실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재수사토록 지휘했다. <대구=김태일기자 tikim@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