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이탈리아가 급기야 바티칸 교황청에 '세금전쟁'을 선포했다.
16일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마리오 몬티 총리는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교회가 상업용으로 사용하는 부동산에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교회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재임하던 지난 2006년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면제 법안이 통과된 이후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몬티 총리가 바티칸을 정조준한 것은 긴축재정의 고통을 교회에도 분담시켜 1조9,000억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채무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가톨릭의 본산인 로마 교황청과 교회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종교단체들이 학교 9,000곳, 박물관 및 도서관 2,300곳, 병원 4,700곳, 호텔, 상점 등 총 10만개의 부동산을 보유해 이탈리아 전체 부동산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탈리아 교회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게 될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교회의 연간 세금부담액이 최대 2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이 같은 조치가 이탈리아 재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지만 교황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안젤로 바그나스코 추기경은 "세금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정식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적당한 때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