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전스, 세상의 벽을 허물다] 뜨는 애플, 지는 노키아

런던의 마주보는 매장인 애플엔 손님들로 '북적' 노키아는 '한산'

런던 시민들이 삼성전자의 최신 풀터치폰인 '픽손12(PIXON12)' 광고가 붙어 있는 토트넘 코트로드의 휴대폰 전문매장 '폰즈포유(Phones 4U)' 앞을 지나가고 있다.

런던 시민들이 삼성전자의 최신 풀터치폰인 '픽손12(PIXON12)' 광고가 붙어 있는 토트넘 코트로드의 휴대폰 전문매장 '폰즈포유(Phones 4U)' 앞을 지나가고 있다.

'노키아가 지고 애플이 뜬다.' 런던 중심가 한가운데 자리잡은 최대 번화가 리전트 스트리트.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피커딜리서커스부터 구찌ㆍ아르마니ㆍ루이비통 등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각종 명품 상점들을 지나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애플 스토어와 노키아 매장이 마주보고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우선 가까운 애플 스토어부터 들어갔다. 애플은 전세계에 263개, 영국에만 21곳의 리테일 스토어를 두고 있다. 우선 눈에 띈 것은 수많은 방문객들. 주위의 휴대폰 전문매장이나 이통사 대리점들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곳만은 예외였다. 더 놀라운 것은 탁 트인 매장에 모든 사람들이 실물로 된 제품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마음대로 조작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소비자를 위한 매장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설치된 '아이폰 3GS' 전시 테이블은 고객들로 이미 꽉 차 있었고 아이팟 터치나 맥(Mac) 같은 제품이 있는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을 찾은 한 시민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이전에 쓰던 다른 제품보다 훨씬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도 매우 좋다(great)"며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곳에 가면 직원들이 이것 저것 얘기를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게 없다"고 덧붙였다. 왜 아이폰의 2ㆍ4분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배나 늘어났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애플 스토어를 나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노키아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갔다. 애플 스토어를 들어갔다 온 직후여서 그럴까. 썰렁하다 못해 마치 허허벌판에 놓인 듯한 느낌이었다. 1층에서 볼 수 있었던 직원만 약 10명. 하지만 기자가 있는 동안 매장을 찾은 고객은 두세 명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직원 중 일부는 팔짱을 낀 채 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서로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내용물도 달랐다. 진열된 단말기 중 일부는 실제 제품이 아니라 목합으로 만든 '가짜'였다. 실물을 갖다 놓은 애플스토어와 대조됐다. 특이한 것은 매장 안쪽에 위치한 조그만 룸. '버투(Vertu)'라는 최고급 단말기를 파는 곳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휴대폰들이 줄줄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한 직원이 달려와 '노(No)'라고 외쳤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아무런 제재도 없었는데…. 런던의 노키아 매장을 보고 나니 노키아가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정말 고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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