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100일 "미래 위해 다시 뛰자" 삼성에 새 활력

투자등 의사결정 빨라져… 스피드 경영 다시 본격화, SNS 통한 소통도 강화


"지금이 진짜 위기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위기론'을 화두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건희(사진) 삼성 회장이 7월1일로 복귀 100일을 맞았다. 2년여의 공백 끝에 다시 삼성을 지휘하게 된 그는 '이건희 리더십'을 다시 발휘하며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복귀 후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삼성의 변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삼성맨들로 하여금 다시 뛰자는 의욕을 불어넣은 것'"이라며 "삼성의 미래를 위해 한번 도전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100일밖에 안 됐지만 그는 신수종 사업 육성, 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 그룹의 '중장기 로드맵'이 될 주요 사안들을 잇따라 발표하며 '공격 경영'에 나섰다. 이 회장이 경영에서 퇴진한 후 사실상 '올 스톱' 상태였던 중장기 비전 수립 및 투자 계획이 그의 복귀와 함께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을 위기에서 탈출시킬 첫 번째 해법으로 '신사업 육성'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11일 삼성그룹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ㆍ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 오는 2020년까지 총 23조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과감한 투자'로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보다 확고히 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는 5월17일 경기도 화성캠퍼스(반도체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해 삼성전자 사상 최대 규모의 연간 투자 계획(26조원)을 발표했다. 반도체에 11조원, 액정표시장치(LCD)에 5조원, 연구개발(R&D)에 8조원 등을 투입해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특히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의 경우 2005년 이후 무려 5년 동안 중단됐던 투자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맨들을 가장 어렵게 했던 것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투자에 선뜻 결정을 내려줄 키맨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삼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복귀 이후 삼성의 스피드 경영이 다시 본격화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삼성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그룹의 자극을 이끌어내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선점 투자 외에 이 회장은 삼성그룹 안팎으로 '소통 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의 복귀 소식을 삼성그룹 트위터(@samsung)와 삼성 사내 인트라넷 '마이싱글' 내 '미디어 삼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외 커뮤니케이션도 트위터ㆍ페이스북ㆍ미투데이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강화하고 있다. 4월에는 그룹 공식 블로그 '삼성 이야기(www.samsungblogs.com)'를 오픈, 고객들과 친근하게 대화하고 정보를 알려주며 온라인상에 잘못 퍼지는 정보를 바로잡는 등 적극적인 소통의 툴로 활용하고 있다. 백혈병 발병 논란이 제기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을 공개한 것 역시 외부와 소통하면서 의혹들을 투명하게 해소한다는 방침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삼성의 미래를 내다본 큰 그림들이 차례로 그려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해 대내외 소통에 적극 나서는 것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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