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속속 "중국으로"

블랙스톤·칼라일등 잇달아 위안화 합작펀드 조성


빠른 경제성장과 풍부한 투자 수요 등에 주목한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중국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블랙스톤에 이어 칼라일 등이 잇따라 위안화 사모펀드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치열한 경쟁전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칼라일그룹이 수십억 위안(10억 위안=약 1,800억원) 규모의 위안화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PEF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도 중국에서의 사모펀드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리요네(CLSA)는 국영 투자기업인 상하이궈셩(上海)과 함께 100억 위안을 유치할 계획이다. 블랙스톤은 앞서 16일 상하이 시(市)와 손잡고 50억위안 규모의 '블랙스톤 중화발전 투자펀드'를 설립키로 한 바 있다. 호주의 맥쿼리 그룹도 중국의 광다(光大ㆍ에버브라이트)증권과 2개 펀드를 조성, 약 102억 위안을 조달할 예정이다. 굵직한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위안화 펀드 설립 계획을 공표하면서 업계에는 긴박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국제 로펌인 오멜버니 앤드 마이어스의 로런스 서즈먼 대표는 "빨리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불리해질까봐 걱정하는 펀드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즈먼 대표는 올해 해외 자본이 참여하는 위안화 사모펀드 개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이들 펀드가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입은 중국의 성장세에 주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막대한 규모의 차입까지 낀 미국에서의 투자는 대부분 실패했다. 반면 중국 경제는 지난 2ㆍ4분기에 7.9% 성장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대안 투자처로 이목을 끌게 된 것. 장기적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사모펀드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는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위안화 절상을 통제하고 있지만,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환율 규제를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중국 부자들이 많아 자금조달도 쉽다는 분석이다. KKR 중국 투자부문의 데이빗 류는 "부동산 외의 다른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널려 있다"며 "장기적으로 위안화 사모펀드 비중이 커질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모펀드들이 대부분 현지 투자기관과 손을 잡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아직 해외 자본이 단독으로 진출하기에는 제약이 많은 경제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탓. 현지 투자자와 합작할 경우 투자 가능한 분야가 늘어나는 등 보다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칼라일 아시아 사업부의 양샹둥 국장은 "자금을 운용하려는 정부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기 쉬워 지난 1년간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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