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친 엽기적 M&A'

회사대표가 회삿돈 빼내 인수자금 제공
보호예수기간 묶인 주식 처분에 눈먼 기업인의 `묻지마' M&A
행각공인회계사 등은 거래 중개 '횡령 아이디어' 제공..알선료 꿀꺽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30일 회사매매 계약의 양 당사자로서 서로 공모, 회삿돈을 횡령한 뒤 매매자금으로 쓴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매도자인 코스닥 등록기업 S사 전 대표 이모(50)씨를 구속기소하고 매수자인 L(36)씨를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같은 비정상적 인수합병(M&A) 거래가 성사되게끔 적극 가담하고 수억원의 중개료를 챙긴 공인회계사 이모(43)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공범인 M&A 전문가 이모(49)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S사 대표로 있던 재작년 2월 L씨와 회사를 9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한 뒤 L씨와 짜고 회사자금으로 발행된 53억원 상당의 CD(양도성 예금증서)를 L씨에게 건네 자신에게 중도금으로 지급토록 한 혐의다. 조사결과 L씨는 1차 중도금 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자 이씨와의 협의 하에 회삿돈을 빼돌렸으며 회사 인수 후에도 S사의 계열사 지원 형식으로 회삿돈 수십억을 추가 횡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보호예수기간에 묶여 자신이 보유한 회사주식을 팔 수 없던 터에 L씨가좋은 매매조건을 제시하자 회사를 처분할 욕심에 이같은 범행에 동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계약을 중개하면서 `회삿돈 횡령'의 아이디어를 내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회계사 이씨와 M&A 전문가 이씨는 각각 4억7천만원과 2억7천만원을 알선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검찰은 53억원짜리 회사 CD를 곧바로 중도금으로 사용할 경우 범행이 적발될 것을 우려한 매매 당사자들의 부탁을 받은 공인회계사 박모(46)씨가 금융기관을통해 50억원을 임시 변통해 주고 3억원을 챙긴 혐의를 적발, 박씨를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한편 회사대표들에 의해 회삿돈 수십억이 빠져나가면서 재작년 2월 당시 연매출240억, 당기순이익 14억원의 견실한 회사였던 S사는 작년 12월 매출액 120억, 단기순손실 150억 상당의 부실기업으로 전락했고 주가도 종전의 20% 수준으로 떨어져 소액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매수인 주도로 이뤄지는 통상의 M&A나 기업사냥과 달리 좋은 매도조건을 탐한 매도인이 매수인과 짜고 적극적으로 회사자금을 횡령, 매매자금으로 썼다"며 "회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비윤리성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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