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안, 한명숙에 '의미있는 패배'

'원칙ㆍ뚝심의 정치인'으로 존재감 높여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한 이계안." 6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결과 발표가 끝난 뒤 사회를 본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패배한 이계안 후보에 대해 이 같은 수식을 붙여 불렀다. "독배를 마시겠다"면서 끝까지 경선에 참여한데 대한 경의를 표현한 셈이다. 이 후보마저 경선 참여를 포기했다면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민주당의 경선은 의미 부여가 힘들었을 터다. 이 전 의원은 야권의 거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고군분투했으나 예상대로 이변은 없었다. 그는 2006년에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맞붙었다 고배를 마셨다. 한 전 총리의 승리가 일찌감치 기정사실화된 터라 사람들은 이 전 의원이 결국 중도에 경선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텃밭인 호남과 격전지인 경기에서 상당수 예비후보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경선 방식에 불복, 게임 자체를 거부하며 지도부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무모한 싸움이었지만 의미있는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출마를 선언한 이후 서울 곳곳을 직접 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나 왔다. 지난달 발표한 공약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았다. 대표적인 친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가 두 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여전사'에게 무릎을 꿇은 것도 아이러니다. 현대그룹 최고 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유능한 진보'를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한명숙 바람'에 휩쓸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뒤늦게 당이 영입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당 안팎에선 그간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 전 의원이 이번 공천과정에서 나름의 원칙과 뚝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그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는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 소수파 배려를 무시한데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현 지도부의 책임 추궁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