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70원대 하락 또 '연중 최저'

수출업체 월말·추석자금 마련위해 물량 대거 방출
대부분 "수급여건상 1,150원 안팎서 유지 가능성"


주가와 환율이 동반하 락한 30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글로벌마켓 영업부 딜러들이 진지 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원ㆍ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미끄러지며 하루 만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최근 하락속도가 가팔라 혹 1,000원대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외 여건상 1,150원 안팎에서 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30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원80전 하락한 1,178원10전으로 마감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9월 26일의 1,160원50전 이후 최저치다. 환율하락은 월말과 추석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자금마련을 위해 달러 물량을 대거 쏟아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통상 월말과 명절을 앞두고 네고 물량이 나온다"며 "여기에 1,200원 반등을 기다리던 대기업들이 오히려 환율이 밀리니까 더 빠지기 전에 앞다퉈 매도에 나서면서 장이 짓눌렸다"고 말했다. 특히 당국이 1,180원대를 방어해주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별다른 액션이 없었던 점도 매도심리를 더 키운 요인으로 풀이됐다. 이날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등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예상보다 줄기차게 하락세를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순식간에 1,000원대로 급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달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쳐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앞으로 수급이나 기술적 흐름상 1,150원 내외에서 강력한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에는 무역수지의 일시적 개선에 따른 기술적 반등과 일본 신정부의 엔화강세 용인과 맞물린 국내 당국의 환시장 불개입 가능성 등으로 원화강세 기조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이머징시장 으로 옮겨왔고 그 중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한 국내 환시장이 첫째 타깃이 된 것이 환율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는 "무역수지가 중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외국인 자금 유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환율이 1,000원대로 속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의 연말 환율 전망은 1,150~1,170원이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도 "환율하락을 주도하는 역외세력이 여전히 방향성을 아래로 보고 있어 추가 하락 여지는 충분하다"며 "하지만 1,150원을 무너뜨리고 1,000원대로 급하게 빠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1,100원 중반대가 중요한 지지선이라는 점도 환율 하락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팀장은 "기술적 지표상 1,140원대에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고 2000년 들어 수년간 일명 '최중경 라인'인 1,100~1,140원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1차 1,160원, 2차 1,140원대가 의미 있는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9~30일 급한 물량이 처리됐기 때문에 다음주에는 환율하락 압력이 조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