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의 백24를 보고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김인9단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한승이가 형세를 낙관하고 있다면 몰라도 이건 너무했네." 불리한 형세인데 백24로 곱게 받아준 것은 이해가 안 간다는 얘기였다. 윤현석9단은 백24로 참고도1의 백1에 붙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상변은 백5로 살면 되는데 구태여 실전보의 백24로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실전은 흑25가 좋은 수여서 흑의 우세는 더욱 분명하게 되었다. "조한승이 옛날 기훈을 좀 공부할 필요가 있겠어."(서능욱9단) "무슨 기훈?"(박영철기자) "전에 노국수들이 들려주던 기훈이 있어요. 양생물단(兩生勿斷)이요 개활물연(皆活勿連)이라고." "무슨 뜻이여?"(박영철기자) "양쪽 다 살아 있는 대마는 끊을 필요가 없고 양쪽 다 살아 있는 대마는 연결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지요. 전에 이일선 사범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기훈입니다."(서능욱9단) 끊겨도 살아있는데 백24로 꼭 연결할 필요는 정말로 없었던 것이다. 청소년 기사 몇 명이 백의 입장에서 역전의 묘착이 없을까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들어졌던 가상도 하나를 윤현석9단이 사이버오로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참고도2의 백1 이하 9가 그것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백의 역전승입니다만…." 그러나 흑은 2로 A에 둔다. 그것으로 흑대마는 무난히 산다는 것이 윤현석의 설명이었다. 흑39는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묘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