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외환관리] <9> 머나먼 韓·中·日 환율공조

각국 이해 엇갈려 弱달러 공세에도 속수무책
'中日 단일통화案' 대두… 외톨이 신세 우려도

[기로에 선 외환관리] 머나먼 韓·中·日 환율공조 '3國 통화동맹' 등 새 돌파구 찾아야각국 이해 엇갈려 弱달러 공세에도 속수무책'中日 단일통화案' 대두… 외톨이 신세 우려도 • "韓中日 금융감독수장 업무협의 필요" • 유로화 강세의 딜레마 지난 2004년 11월29일 라오스 비엔티안.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였던 북핵문제는 뒷전에 밀리고 뜬금없이 환율문제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환율이 빠르게 절상되면서 부담이 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환율 안정을 위한 3국간의 공조를 앞장서 전격 제안한 것. 우리와 처지가 비슷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3국간 협력과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그는 말 그대로 '의례적인' 공감만을 표시했을 뿐 대부분의 발언시간을 위앤화 관리 문제에 대한 해명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노 대통령은 달러화의 무차별적 하락을 막기 위한 3국간 환율 공조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한ㆍ중ㆍ일 공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동아시아 지역의 단일통화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97년 외환위기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은 달러 패권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처음 제안했다. 미국은 물론 그 그늘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앞장서 반대했고 주도권 상실을 우려한 중국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3국간 통화정책 공조를 위한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흘러나왔다. 아시아권에 유럽의 유로화를 모델로 한 '아시안 유로화'를 도입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였다. 그 사전단계로 '아시아통화 제도(AMS)'를 통해 각국간 통화가치를 일정 범위 내로 수렴한 후 아시아중앙은행(ACB)을 설립해 경제여건이 비슷한 국가부터 단일통화를 도입ㆍ확대하는 '단계별 밴드제'를 추진하자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 또한 벽에 부딪혔다. 유럽과는 달리 아시아 국가간에 경제력 차이가 너무 크다는 현실론에 밀린 탓이다. 그런 사이 미국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약(弱)달러 정책의 폐해는 한국ㆍ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그러나 한ㆍ중ㆍ일 3국은 힘을 모으지 못했다. 3국간 정치적 갈등이 워낙 커 통화연대를 꿈꾸기에는 난제가 많았다. 달러가치가 급속히 하강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종만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3국 모두 미국에 수출해서 먹고 사는 지역인데 (공조 없이) 달러약세가 지속될 경우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황동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원화가 배제된 중ㆍ일간 공동 통화인 엔민폐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3국 공조는 고사하고 우리만 꼼짝없이 외톨이 신세에 몰리게 될 형편이라는 것.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시장에서 원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외국에서 원화채를 발행할 만큼 힘을 길렀을 때 국제시장에서도 안정적 위치를 확보하고 환(換)주권 회복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전세계 채권의 80%가 달러표시 채권으로 채워져 있어 원화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협소하다. 우리의 전체적인 경제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럽과 같은 금융통합이든, 3국간 환율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일이든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시간은 많지 않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통화 전쟁'의 형국을 봐서는 이미 늦었다는 느낌도 강하다. 외풍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국민경제를 지킬 수 있는 환주권을 확보하기에는 기껏해야 1~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특별취재팀=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현상경 기자 hsk@sed.co.kr 입력시간 : 2005-03-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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