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의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정보위 소집 요구를 거부한 채 깜짝 출마 선언을 단행한 서 의원에 대해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 후보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여당) 후보가 나와야 한다”며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서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1년 간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지방선거 승리에 급급해 새정치연합과 뒷거래 야합을 단행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더 집요한 발목 잡기에 나설 텐데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간첩 사건 조작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수사나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 여론몰이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정보위 소집은 정치 공세를 위한 멍석을 야당에게 깔아주는 셈”이라고 일축했다. 회의 소집 권한을 가진 서 의원이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데다 대구시장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정보위는 당분간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은 서 의원의 이 같은 출마 행보를 거세게 비판했다. 국회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의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정보위 개최를 거부해 온 서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는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이 아니라 정보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을 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국회 브리핑에서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청을 묵살한 서 의원 때문에 국회 정보위가 석 달 가까이 닫혀 있다”며 “이 정도면 국정원장과 재판부를 기만한 검찰을 지키는 ‘충직한 마당쇠’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