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더 낮은 곳으로"

은행 복지혜택 못받는 청원경찰·환경미화원에 재래시장 상품권 선물
장애인 채용까지 적극


올 설 연휴를 앞두고 기업은행에서 일하는 청원경찰과 환경미화원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은행에서 지급된 봉투에는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2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선물은 조준희(사진) 행장의 지시에 따라 전해졌다.

사실 청원경찰ㆍ환경미화원은 은행에서 일하지만 은행이 아닌 외주업체 소속이다. 그 때문에 은행이 직원급여를 인상해도, 또 복지수준을 늘려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조 행장의 조치는 같은 은행을 위해 일하지만 처우는 은행원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외주용역업체의 직원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선의 한 지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한 아주머니는 "지난해 말에도 선물을 줬는데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우리 같은 외주직원들한테도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낮은 시선'이 숫자경쟁으로 점철된 금융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고졸채용 등으로 한발 앞서 '착한 금융'을 시도하더니 용역직원과 장애인 채용 등에까지 사회적 약자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사회적 약자 챙기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기업은행의 장애인 채용비율은 2.53%로 전은행권 중 유일하게 의무채용비율을 채웠다. 시중은행들이 의무비율을 채우지 않고 그저 분담금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을 대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이 결혼이주여성을 소규모로 뽑은 적은 있지만 전국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이 다문화가정 출신을 채용하기는 처음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조 행장이 시중은행장 가운데 인사 부분에서 가장 전문적 견해를 갖고 있다 보니 사회적 약자를 보는 시각이 남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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