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임박의 영향으로 6일 연속 하락했던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코스피지수의 바닥이라고 여겨져온 1,850선을 단숨에 회복하자 한국이 인도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과 차별화됐다는 분석이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금융시장과 양적완화 축소라는 부정적 이벤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 상승은 어렵고 당분간 1,850~1,950 박스권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 주가흐름은 미국의 고용지표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가 발표되는 다음달 초가 지나야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이틀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21.04포인트(1.14%) 오른 1,870.16포인트를 기록했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더해지면서 1,850선을 내준 지 하루 만에 회복한 것이다.
이날 개인은 285억원, 기관은 684억원을 팔아치웠지만 외국인이 1,056억원 순매수로 전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86%)와 운송장비(1.37%) 등 정보기술(IT), 자동차 관련 부문이 크게 올랐으며 건설(1.08%), 화학(0.79%), 철강금속(0.79%) 등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도 일제히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최근 5일 연속 하락했던 삼성전자가 3.91% 오르며 상승 반전했고 SK하이닉스도 1.60% 올랐다. '자동차 3인방'인 현대차(0.22%), 기아차(0.32%), 현대모비스(2.28%)가 파업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동반 상승했으며 현대중공업(3.57%), 대우조선해양(4.21%), 삼성중공업(1.87%) 등 조선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경기민감주의 상승세가 돋보인 것은 전날 발표된 중국과 유럽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측치를 뛰어 넘으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발표된 8월 중국 제조업 HSBC PMI 예비치는 50.1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로존 제조업 PMI 역시 51.7로 시장 예상치 50.9를 상회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민감업종 주가가 오른 것은 시장이 그만큼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이 차별화됐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분명 한국 시장이 신흥국 사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임박하는 등 큰 흐름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는 당분간 기존 박스권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을 보이다 다음달 들어서야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주가가 한 방향을 갖고 연속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며 "9월 연준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 역시 "1,850선을 하루 만에 회복하면서 일단 저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등에서 돌발악재만 나오지 않는다면 1,900선에서 맴돌다 다음달 초 경기 회복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발표되면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수급에 여유가 있고 실적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경기민감업종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