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6은 실리를 의식한 수순이다. 아마추어들은 이 수로 19의 자리에 점잖게 눌러두고 싶겠지만 장차 흑이 18의 자리를 역으로 젖혀버리면 여기서 안팎으로 10집 가까운 실리의 차이가 생긴다. 흑21은 공격적인 착상이며 현재의 배석상황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참고도1의 흑1로 계속해서 3으로 미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은 지극히 옹졸한 처리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 우상귀를 낮은 자세로 굳혀놓은 마당에 상변까지도 2선으로 자꾸 긴다는 것은 돌의 자세가 저위에 치우쳐 발전성이 적다는 것이 포인트. 흑23은 여기까지 벌리는 것이 요령이다. 일립이전이라고 두칸만 벌리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하수의 감각이다. 백에게 26의 침입을 하도록 유도해놓고 외곽에서 요리조리 활용할 궁리를 하는 것이 흑으로서는 바람직하다. 백으로서는 침입을 안할 수도 없는 자리니까. 흑29가 작전의 기로였다. 공격적인 품세를 유지하려면 이렇게 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수에 백이 상변을 벌리고 나면 집으로는 흑이 손해이므로 이 수를 두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속기파인 이세돌이지만 여기서 5분의 시간을 썼다. 한국기원 검토실의 홍성지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7를 놓아보이며 “흑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지만 “백8이 절호점이 되므로 백이 나아 보인다“는 것이 이영구와 윤준상의 주장이었다. 이세돌도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흑29로 움직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