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기간에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동부 해안의 경제도시가 아니라 서부 내륙에 위치한 시안(西安)시를 방문하기로 한 것은 경제교류 전선을 동부에서 서부로 확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안을 중심으로 하는 산시성에는 삼성전자와 160개의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해 있고 LG상사ㆍSK텔레콤ㆍ심텍ㆍ다산네트웍스ㆍKMW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ㆍ중소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는 등 한중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미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동부 해안도시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부 지역에 대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시안은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의 고도(古都)이자 서부대개발의 거점이자 중국 3대 교육도시의 하나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ㆍ미래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대 실크로드의 시발점인 시안은 한국과 중국 서부 지역 간 교류ㆍ협력의 중심지로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으며 또 앞으로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중앙아시아 및 유럽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등 한중간 미래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시안에서 산시성 고위 지도자들과 만나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하고 현지진출 기업시찰, 한국인 간담회 등의 일정을 갖는다.
시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시 주석은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정치적 기반은 산시성 시안과 인근의 옌안이다. 또 산시성은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기간 중국어로 연설을 하는 등 중국과의 접점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시 주석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안을 방문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중국 방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0명 안팎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신청기업이 너무 많아 청와대가 막판까지 동행기업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5년 전의 36명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규모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미국방문 때 동행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경제5단체장, 중소기업들이 동행한다. 특히 중국에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는 유통ㆍ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