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증시의 봄이 오는 소리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요즘 같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흔히 말하는 꽃샘추위가 있다. 이 시기에 의외로 감기에 많이 걸린다. 봄으로 가는 기분과는 달리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시즌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도 글로벌 경기 회복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미국 경제지표는 기대보다 부진하고 중국도 구조조정이라는 틀 속에서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은 어수선한 신흥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실적 부진이라는 체력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증시 역시 환절기처럼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몸살에 걸린 증시가 컨디션을 회복하는 과정도 감기와 비슷할 것이다. 컨디션이 좋아지는 징후를 포착해야 한다. 우선 국내 기업의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마무리돼야 한다.

올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너무 가파른 속도로 내려갔다. 연초 이후 벌써 6.5%나 떨어졌다. 하지만 원화 환율이 안정되고 전 세계 교역량의 37%를 차지하는 유럽 경기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어 3월 이후에는 수출주들의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한 데는 한파와 같은 일시적인 계절적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3월에 발표되는 2월 경제지표, 특히 ISM제조업지수·고용지표·소매판매 등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3월에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있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필요는 없다. 다만 도시화를 바탕으로 한 소비 중심의 성장 의지를 확인한다면 중국에 대한 우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실행 이후 무차별적인 신흥국 매도 포지션을 선별적으로 변경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테이퍼링을 언급했을 때 외국인은 신흥 아시아 증시에서 무차별적인 매도 공세를 취했다. 그러나 7월 이후 결국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은 68%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수준은 신흥국의 성장과 자산 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이 없었던 2004년 하반기 정도로 되돌아간 것이다.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이슈는 증시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이나 중국처럼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흥국으로는 재차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미국 연준은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중 한국·대만·중국이 테이퍼링 등과 같은 대외충격에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것으로 밝혔다.

2·4분기에는 신흥국 중에서도 차별적으로 선진국 증시의 상승 흐름을 따라가는 국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도 봄을 맞을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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