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특허괴물 기술한국이 흔들린다] "국내 산업보호·특허 해외유출도 막아"

■ 특허펀드 설립 추진 기은SG자산운용 이진서 전무


"강력한 자석만 있으면 흩어져 있는 철가루를 모아 쇠말뚝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형 특허펀드로 묻혀 있는 특허를 발굴해낸다면 한국의 미래를 받치는 기둥이 될 겁니다."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한국형 특허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진서 기은SG자산운용 전무는 '특허를 집적할 수 있는 구심점'을 강조했다. 이 전무는 "우리나라가 양적으로는 세계 4위의 특허 대국이지만 돈이 되는 원천기술이나 그와 관련된 특허 포트폴리오는 매우 빈약한 편"이라며 "특허펀드는 특허괴물의 대항마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내 특허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원천기술 개발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주주인 기업은행과 연계해 중소기업의 특허 매입자금 지원과 특허담보대출ㆍ사업자금 지원은 물론 녹색ㆍ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은SG자산운용은 금융권 최초로 박사급 특허전문가를 채용하고 미국 특허전문가ㆍ법무법인ㆍ회계법인 등과 연계해 펀드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은 이 전무와의 일문일답. -특허펀드 설립을 추진한 계기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지식재산(IP) 등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설립이 가능해진 만큼 막대한 사용료나 특허 아이디어 등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기업은행도 특허펀드에 출자해 중소기업과 녹색ㆍ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허펀드는 수익성과 공공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 특허시장의 문제점은. 세계 4위의 특허출원 대국이지만 원천 핵심 기술과 특허는 빈약하다. 또 첨단기술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부족하다. 국내 자본으로 세운 토종 특허펀드가 돈 되는 원천기술, 사업성 높은 첨단기술을 모아 기업들의 갈증을 풀어주겠다. -정부도 특허펀드 설립계획을 밝혔는데. 정부 계획과는 별도다. 그러나 운용성과를 쌓는다면 정부 펀드의 위탁운용도 가능하다고 본다. 기은SG에서 만드는 특허펀드는 기업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계획이다. 가령 기업은행과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특허를 매입하거나 기업이 펀드로부터 특허를 사면 은행이 매입자금 또는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특허펀드가 특허소송의 방어막이 될 수 있나. 토종자본으로 만들어진 특허펀드는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해외특허나 기술을 싼값에 매입할 수 있다. 동시에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이나 특허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되면 특허괴물의 소송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궁극적으로는 국내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에서 받는 로열티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특허펀드는 어떻게 수익을 내나. 다양한 수익창출 계획이 있다. 특허를 매입해 사용료를 받거나 팔아서 얻는 수익이 가장 클 것이다. 동시에 특허평가와 사업화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우량 특허 보유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유망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한 수익창출도 가능하다. -특허는 투자회수 기간이 길지 않나. 아이디어에서 수익을 얻는 데까지는 7~10년이 걸린다. 그러나 핵심 기술 또는 특허를 가진 창업 초기 유망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면 투자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기술이전이나 매매를 통하면 초단기 수익도 가능하다. -투자대상 특허는 어떤 것인가.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IT 분야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환경ㆍ광전자 분야 특허에 투자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자동차,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 처리 관련 핵심 기술 등이다. LEDㆍOLEDㆍCNT 조명과 솔라셀 등도 관심이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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