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감초… 사투리가 빠질 순 없지"

지역색·인물성격 묘사등 영화 완성도 높이는데 한몫
최근 코미디 넘어 다양한 장르로 확대 '주재료' 부상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

사투리가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조미료' 역할을 뛰어넘어 '주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친구'(경상도) '가문의 영광'(전라도) 등 조폭 영화나 '웰컴 투 동막골'(강원도), '황산벌'(전라도) 등 코미디 영화의 감초처럼 쓰였던 사투리 대사는 최근 '거북이 달린다'(충청도), '킹콩을 들다'(전라도), '해운대'(경상도)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등장해 지역색을 살리면서 영화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사투리 하면 촌스럽고 시대에 뒤진 것 같은 느낌이 큰 탓에 주인공은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투리가 지역적 특색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살리는 데 발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친구' 에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주인공 장동건의 대화는 중독성 있는 대사로 영화의 이미지를 오래도록 남게 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의 대사 "마이 아파?(많이 아프니?)"는 당시 최고의 대사로 꼽히면서 정신이 온전치 않은 강원도 산골의 여자 '여일'의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또 지난 주말까지 총 28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하고 있는 '거북이 달린다' 역시 주연 김윤석의 충청도 사투리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다. 김윤석은 형사로 분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극을 이끌어가는데 사투리는 조필성이라는 형사의 '능글맞은'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냈다. 실화를 다룬 경우 영화에서도 사투리는 극의 사실감을 높이는 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역도 선수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역도 선수를 연기한 여배우들의 사투리는 전남 보성 역도부의 실화에 현장감을 불어넣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조안은 "영화 촬영 후 일상 대화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오더라"고 후문을 밝힐 정도였다. 개봉을 앞둔 '해운대'의 주연을 맡은 배우 하지원은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3개월간 개인 강습을 받을 만큼 완벽을 기했다. 영화 속 사투리가 중요해진 데는 감독의 고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산 출신인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충청도 '거북이 달린다'의 이연우 감독 등은 영화의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각오로 배우들에게 '완벽한' 사투리 구사를 요구했던 것. 지역 출신 사람들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게 사투리를 구사하는 배우들을 통해 관객들은 더 치밀해지고 섬세하게 성장하는 한국영화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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