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두바이유 마지노선 무너졌다

美 재고량 증가·中 수요감소에
OPEC까지 분열… 하락 부추겨


미국 달러의 강세에 두바이유가 마지노선이었던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출구전략 카드로 금리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강세로 이어져 원자재 시장과 중국·유럽 등 주요국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초 달러당 101엔 수준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08엔까지 올라왔고 연말에는 12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전 거래일보다 1.05%(0.95달러) 내린 8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지난 6월 110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져 마지노선이던 90달러 선도 무너졌다. 최근 이브라힘 알무하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자문관의 "국제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일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날보다 1.54달러(1.7%) 떨어진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해산브렌트유도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장중 한때 91달러 선을 하회하며 201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 증가와 유럽과 중국의 수요감소가 유가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가 500만배럴 증가해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200만배럴을 크게 초과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하고 유로존 국가들과 일본, 브라질의 성장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요둔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동국가들이 중심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분열에도 원인이 있다. 최근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늘어나 OPEC 국가들이 생산을 줄여야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회원국과 상의 없이 지난달 말 10월 아시아로 보내는 원유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고 곧바로 쿠웨이트도 가격인하에 나섰다. 2010년 아랍 민주화운동 이후 재정지출로 민심을 달래고 있는 중동국가들이 원유생산을 줄이기보다는 가격을 내리는 출혈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당분간 유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보영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 팀장은 "달러 강세에 더해 원유 생산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며 "중동국가들이 각자 팔려는 욕구가 커 감산이 합의되지 않으면 유가가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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