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22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39)와 차남 쿠사이(37)를 사살했다고 확인함에 따라 전후 이라크 저항 세력의 상징적 지도자 3명 가운데 사담 후세인만 유일하게 남게 됐다. 이들의 죽음은 이라크인들에게 후세인 정권의 복귀가 물건너 갔다는 확신을 심어주겠지만 사담 후세인의 행방을 알고 있는 핵심 인사가 사라지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또 미군의 지명 수배자 가운데 서열 2, 3위였던 이들의 사망으로 이라크 게릴라전도 새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후세인만 남았다
리카르도 산체스 미군 사령관은 “미군이 이라크인의 제보를 받고 22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 있는 호화 빌라를 급습했다”며 “그 곳에서 은신하던 후세인의 두 아들이 교전 중 숨졌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이날 오전 병력 일부를 보내 빌라 수색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1시간 뒤 제101 공중강습사단 소속 병력 100여명과 헬기 등을 투입, 격전을 벌였다. 6시간 동안의 교전이 종료된 뒤 빌라에서는 어린이와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포함해 시체 4구가 발견됐다. 사담 후세인의 사촌이자 부족장의 집으로 알려진 그 빌라에 사담 후세인은 없었다.
저항세력의 게릴라전 새국면 맞을 듯
두 아들의 사망으로 하루 10여차례의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열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두 아들이 책임을 맡았던 공화국수비대와 바트당 군사조직, 페다인 민병대 출신들이 게릴라전의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산체스 미군 사령관은 “그들의 죽음으로 이라크 치안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 위원인 아흐마드 찰라비는 “연합군에 대한 공격이 현저히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 정보 관리들은 “두 아들이 게릴라전에 직접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이들의 죽음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우다이와 쿠사이는 누구인가
두 아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의 차남 쿠사이가 후세인의 후계자로 거론돼왔다. 1996년 형 우다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급부상한 쿠사이는 후세인 경호 병력, 공화국수비대, 바트당 군사조직을 비롯 정보기관까지 이끌었다. 성격이 포악한 우다이는 페다인 민병대를 지휘했으며 이라크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었다.
신원 확인은 어떻게?
산체스 사령관은 “우다이와 쿠사이가 사망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들의 사체는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DNA 검사를 거쳐야 사망자의 신원을 최종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군측의 입장이다. 이들은 이미 사담 후세인과 두 아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DNA 표본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DNA 표본은 후세인과 가까운 친척에게서 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 상승과 유가 하락
이날 두 아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시장 기준유인 텍사스 경질유 8월 인도분이 배럴당 1.59달러 하락한 30.19 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침체에서 벗어나 61.76포인트 상승한 9,158.45를 기록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후세인 정권이 끝났음을 재확신시켜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전했다.
<김광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