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과연 주가부양에 도움이 되는가?
지난 2000년 이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중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법인은 154개사로 작년에 비해 25% 이상 증가했으며, 취득금액도 5조6,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같은 시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종합주가지수 500선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사주의 매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분석이 없는 만큼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또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주식시장이 이론처럼 대단히 효율적인 시장이라면, 자사주 취득의 효과는 공시 발표와 함께 나타나 정작 자사주 취득 기간에는 시장대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사주 취득에 대한 뉴스가 발표된 후에는 상승하지만,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익추정을 하고 있는 176개 상장ㆍ등록 기업 중 2002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한 44개 거래소 기업과 4개 코스닥 등록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 취득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분석대상 기간을 2002년 이후로 한정한 것은 분석의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자사주 취득 건수가 2000년 이후부터 크게 증가하였으나 종합주가지수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내내 하락 추세를 유지해, 자사주취득이 혹시 `주가하락 기간`에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일부의 문제 제기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결과 자사주 매입의 효과는 대단히 강력했다. 자사주 매입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그 효과를 살펴보면, 먼저 자사주 매입 6개월 전부터 매입 시작시점까지는 종합주가지수를 7.5% 초과한 수익을 올렸으며 자사주 매입 시작시점부터 6개월까지는 9.0%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1거래일 동안 장외에서 자사주를 전부 매입한 경우가 모두 5차례(KT&G 1차례, KT 2차례, SKT 2차례)가 있었는데, 이를 제외한다면 6개월 이전부터 매입 시작시점까지의 초과수익률은 5.6%로 떨어지지만, 매입 시작시점부터 6개월 이후까지의 초과수익률은 무려 12.1%로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입수하고 실제 매매에 나설 수 있는 자사주 매입이 효과는 더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의 성과를 보면,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증가할 지의 여부가 주식시장의 전망에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자사주 매입은 그 규모와 건수에서 둔화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지난 200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를 기준으로 가격대별 자사주 매입규모를 살펴본 결과, 대체로 700포인트 대 이하에서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경영인들은 종합주가지수 700선 이하에 있을 때, 자사의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느낀 셈이다. 최근 주가지수가 전고점을 넘어서는 강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사주 매입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 상승으로 경영권 방어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주주들의 참여가 증가하는 추세적인 흐름, 그리고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에는 하방 경직성을 크게 높여주는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종합해보면 투자자들로서는 이미 발표된 자사주 매입 기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당장 자사주 매입의 가능성이 낮더라도, 이미 자사주 매입 경험이 있는 기업들일 수록 향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추가적인 행동(배당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연말이 가면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안정성향의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