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남성은 부부관계 중시, 여성은…
남편 "전원주택서 살자"… 아내 "대도시에서 살래"■ 달라도 너무 다른 은퇴관미래에셋은퇴연구소 분석
강광우기자 pressk@sed.co.kr
은퇴 후 남편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어하는 반면 아내는 대도시의 아파트를 선호했다. 은퇴생활에서 남편은 부부관계가 건강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부인은 건강 다음 돈이었다. 은퇴 후 부부가 같이 보내고 싶은 시간도 부인은 남편의 절반 수준이었다.
5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간한 은퇴리포트에 따르면 부부 2쌍 중 1쌍꼴로 서로 다른 은퇴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관련 항목별로 부부 간 의견을 종합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30~49세 부부가구 400쌍 가운데 52%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노후자금 같은 재무적인 이슈보다 주거계획, 부부 공유시간, 부모봉양 등 비재무적인 문제에서 부부의 인식 차가 컸다. 주거계획의 경우 남편은 서울 대도시를 벗어난 전원주택(75%)에서 살기 바라는 반면 아내는 서울ㆍ신도시의 아파트(52%)를 선호했다.
부부 5쌍 가운데 3쌍은 은퇴 후 함께할 시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의견을 달리하는 부부 중 남편의 56%는 하루의 절반 이상(6~10시간)을 아내와 함께하고 싶어 했지만 아내는 그 절반인 28%만이 하루 활동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하기를 원했다. 아내는 남편과 4~5시간(47%)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는 은퇴 후 남편이 부부관계를 중시하고 은퇴생활을 아내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편은 '건강(96%)' 다음으로 '부부관계(73%)'를 언급한 반면 아내의 경우는 '건강(99%)' '돈(64%)' '부부관계(59%)' 순이었다.
부모봉양에서도 큰 이견을 보였다. 재정적 지원 방식에서 의견이 다른 부부(230쌍) 가운데 매달 일정액을 지원하겠다고 답한 남편 응답자는 41%였지만 아내는 명절이나 경조사 때만 지원(40%)하겠다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간병방법에 대해 의견이 다른 부부(200쌍)의 경우 남편은 절반 이상(52%) 모시고 살겠다고 답했지만 아내는 타인이나 요양기관에 맡기는 방법(74%)을 선호했다.
전문가들은 부부의 은퇴관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은퇴에 관해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부부 은퇴관의 차이를 인정한 토대 위에서 생각을 공유하며 계획적인 은퇴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게 성공적 은퇴준비의 핵심"이라며 "차이를 인정한 공유가 부부간의 은퇴준비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