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자금조달길이 줄줄이 막히고 있다.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은 데 이어 은행마저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최대 30%나 수직 하락하면서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대출을 일제히 줄이고 나선 탓이다. 마지막 돈줄 창구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도 적자와 금융감독 당국의 검사 강화로 신규 여신 중단은 물론 기존 여신까지 회수하기 시작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BB' 등급 이하 업체의 일반회사채 발행규모는 2,06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3.1%나 급감했다.
정부는 회사채신속인수제를 부활시켜 조선ㆍ해운 등 취약업종의 회사채 인수를 돕는 방안을 7월2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방안의 수혜조차 받지 못하는 저신용 기업들의 조달길은 꽉 막혔다. 이들은 단기자금 통로인 기업어음(CP) 발행도 여의치 않다.
당국이 지원에 나서도 금리가 문제다. 미국의 출구전략 언급 이후 국내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대출금리도 상승세다. A기업은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서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시중금리까지 올라가 차환을 하며 기존보다 높은 금리를 물어야 했다.
시중은행들도 대출선별에 나섰다. 주요 은행들은 STX를 비롯한 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문제가 될 수 있는 저신용기업에 대한 신규 여신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기업대출이 가장 많은 우리금융의 2ㆍ4분기 실적은 2,400억원대로 전년동기보다 1,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도 4,000억원대로 20%가량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의 한 고위관계자는 "저금리와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순이익이 크게 줄고 있어 저신용등급에 대출을 추가로 해줄 여력이 없다"며 "저신용 기업에는 대출의 적정성을 다시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2금융권마저 대출길이 막히고 있다. 실적이 악화된 캐피털 등은 물론이고 저축은행도 금감원이 최근 검사를 벌이며 감사원 감사를 의식, 여신분류에 보수적 잣대를 들이대자 대출을 일제히 줄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이나 거래업체 수준을 은행 수준으로 하라고 하는데 그런 업체가 왜 저축은행에 오겠느냐"며 "여신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