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청와대 업무보고에 앞서 '국민행복기금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이라는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을 두고 각종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위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 특히 국민행복기금을 둘러싼 모럴해저드 논란에 대해 금융위는 "행복기금 혜택을 받는 연체자는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연체된 채무"라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행복기금을 발표한 지난해 11월 이후 일부러 연체한 채무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금융위의 국민행복기금 자격 대상 선정 기준이 이번에는 '제도 사각지대'를 초래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국의 방침대로라면 국민행복기금의 대상은 지난해 8월 말 이전까지 채무가 발생해 2월 말 현재까지 연속적으로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들만 해당된다. 이 경우 금융 당국의 주장처럼 국민행복기금을 염두에 두고 고의로 채무를 연체한 모럴해저드 사례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가계부채대책의 일환으로 국민행복기금을 발표한 것이 지난해 11월 12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격 선정 기준은 지난해 8월 말 이후부터 국민행복기금이 발표된 11월12일 이전까지 두 달 반 동안 장기연체가 시작된 '선의(?)의 채무자'를 제도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정부의 일정에 맞추려 국민행복기금을 서둘러 출범시키면서 불필요하게 제도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국민행복기금 출범 시기(3월)에 맞춰 2월 연체자 정보를 기준으로 (국민행복기금)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에서 배제된 채무자들을 포함해도 국민행복기금 시행 일정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접수기간은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자격기준을 3월 말 현재로 설정해 지난해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장기연체에 돌입한 채무자를 국민행복기금 대상에 포함해도 제도 시행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