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기도 말썽…신뢰 추락하는 보잉

GE "118대 기어박스 결함"
787기 이어 안전문제 불거져

최신 787기종의 배터리 결함으로 홍역을 치른 보잉사가 787기의 운항이 재개되자마자 장거리 대표기종인 777기에서 엔진 결함이 발견되는 바람에 또다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연이은 기체결함으로 보잉사의 장거리 기종에 대한 공신력은 더욱 추락하게 된 반면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 틈을 노리고 A380기종을 앞세운 시장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보잉777기의 제트엔진 제조사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성명을 통해 자사가 제조한 777기의 엔진 일부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GE는 성명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 사이 제조한 비행기 엔진 중 총 118대의 기어박스에서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GE는 "초벌분석 결과 해당 항공기의 기어박스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며 "근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계속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GE는 앞으로 5일 동안 해당 비행기의 운항을 정지하고 정비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와 중국의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이 운영하는 보잉777기에서 지난 2월과 이달 초 각각 기어박스 내 기어가 분리돼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한 뒤 나온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두 항공기에서는 나머지 한 대의 엔진 동력이 정상 가동해 비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GE는 "이탈리아 아비오 SpA사가 제조한 기어박스 구성물질에서 예외적인 이상이 발생했다"며 "777기는 지난 15년 동안 4,000만시간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안전성에서 신뢰를 받는 기종"이라고 강조했다.

보잉777기는 4발 엔진을 사용하는 에어버스 A340 등과 달리 쌍발 엔진을 채택, 연료를 최대한 적게 소모하도록 설계돼 인기를 누려왔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영되는 777기종은 모두 1,150대에 달한다.

한편 지난달부터 간신히 운항이 재개된 보잉787기가 최근 일본 전일본공수(ANA)사의 시험비행에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4일 전지 재설계를 마치고 시험비행을 하던 ANA 소속 보잉787기에서 배전반이 과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잉787기는 수명이 길고 충전속도가 빠른 리튬이온 전지를 세계 최초로 채택해 차세대 항공기로 주목 받았으나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1월 이후 운항이 중단된 바 있다. ANA는 "배전반에 전선을 연결하는 너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생긴 사소한 문제"라며 "해당 항공기는 무사히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거리 비행을 위해 제조된 777기가 엔진 한 개만을 가동한 채 장시간 운영된다면 엔진 고장 및 잠재적인 안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잇따르고 있는 보잉사의 장거리 기종 결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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