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원부국에서 선호되던 미국달러화가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각국이 천연자원에서 발생한 국부의 해외유출을 막고 자국통화 사용 및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달러화 거래를 억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잠비아 중앙은행은 지난 5월부터 달러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잠비아는 달러화 등 외국통화로 시세를 매기거나 물품을 사고 팔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이에 따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잠비아에 진출한 해외 광산업체와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잠비아 화폐인 '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콰차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725콰차까지 올라 1년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잠비아는 구리 확인 매장량이 1,900만톤에 달하는 아프리카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매년 수천명의 해외관광객이 찾는 관광국이기도 하다. 콰차화는 이달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번 달러화 표시 거래금지 조치로 잠비아 중앙은행은 통화량 관리 및 환율, 물가 등 그동안 시행하기 어려웠던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까지 얻고 있다. 또 현지 은행들은 외환거래 및 환헤지(위험회피) 상품판매라는 새로운 사업기회도 맞게 됐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가나에서도 자국통화 우선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지통화인 '세디' 가치가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7% 하락하자 당국은 가나 시중은행들이 세디화로만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석탄과 천연가스가 풍부한 모잠비크도 자국 기업들이 수출에서 거둔 이익의 절반을 현지통화인 '메티카이'로 환전하도록 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부가 자국경제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앙골라는 내년부터 석유 및 가스기업들의 세금납부 및 국내계약을 달러화 대신 자국통화인 '콴자'로 제한할 방침이다.
마켓워치는 아프리카 자원부국들의 이 같은 조치가 자국통화의 거래량을 늘리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자국 금융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에 대해 달러화로 사업을 하는 관행에 익숙해 있던 국내외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잠비아에 진출한 해외 제조업체 및 광산업체들은 달러화 표시 거래금지 조치로 비용부담이 커지고 영업활동이 복잡해졌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콰차화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헤지 비용도 업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잠비아 대사인 존 웨이크먼린은 "이 같은 조치는 대외에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음을 보여주거나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콰차화 가치를 높일 것"이라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이런 규제는 시장의 신뢰를 받는 정책을 대체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콰차에 대한 신뢰를 주는 조치라고도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