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 실시한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는 학교폭력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의 온상인 일진회가 활동하는 곳이 전체 학교의 4분의1에 이르며 최근 1년간 폭력을 경험한 학생도 12.3%에 달한다. 설문조사 응답 비율이 25%에 불과한데다 보복을 우려해 피해사실을 숨긴 학생들까지 감안하면 학교폭력의 실상은 훨씬 심각할 것이다.
전국 학교들의 폭력실태는 20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개별 학교의 현황이 드러나면 폭력학교로 낙인 찍히거나 서열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작금의 심각성을 따져볼 때 실상을 숨김없이 공개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본다. 폭력사태가 터져도 말썽이 날까 봐 외부에 숨겨온 학교들의 소극적 자세가 오늘의 사태를 키운 화근이다. 학교 관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학교폭력은 사회 전체가 중지를 모아야 할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에서부터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폭력근절에 나서야 할 교장이나 교감이 오히려 문책이나 대외 이미지를 겁내 사건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급 학교장부터 상황의 위중함을 깨닫고 자리를 걸겠다는 각오로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조직의 수장인 교장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단호하게 이끌어나가면 교사들이 달라지고 학교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게 될 것이다. 학교별 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가동하고 연수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학교장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일진회 실태가 공개된 만큼 선량한 학생을 괴롭히는 학교폭력조직을 하루 속히 뿌리뽑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폭력은 강한 처벌이 따르는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
사상 최초의 전수조사와 학교별 실태발표라는 호들갑을 떨고도 정작 후속조치가 미온하면 독버섯의 내성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각급 학교별로 보직간부와 교사ㆍ학부모가 합심단합을 이루는 것이 첫 단추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