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연준 금리인상, 강행 따른 부정적 영향 경계해야

신흥국의 긴축발작 가능성 경계를
피할 수 없다면 변동폭 최소화라도

이번주 글로벌 경제의 관심은 오는 16∼17일(현지시간)에 결정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로 방향을 트는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미국 경제는 오랜만의 호황을 맞고 있어 통화정책만을 고려한다면 금리인상이야말로 합리적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는 무려 3.7%로 잠재성장률 2.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말 미국 노동부는 실업률이 5.1%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한 달 전에 비해 0.2%포인트 더 떨어진 것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가 이에 대해 "(금리인상을 해도 될 만큼) 완전 고용에 다다랐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미국 연준은 그동안 고용지표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바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천명해왔다.

다만 연준의 고민은 미국보다 글로벌 경제의 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만 빼놓고 본다면 글로벌 경제는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만에 하나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세계의 투자자금은 곧바로 미국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흥국들의 돈이 한꺼번에 빠지면 그들 나라의 금융시장은 주가 대폭락, 통화가치 폭락 등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소위 연준이 걱정하는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은 최근 들어 통화가치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국 내 달러화가 추가로 빠져나간다면 이들 국가 중 일부에서는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 때처럼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자원수출국 등 상당수 신흥국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움직임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금리인상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나라 역시 경상흑자 지속으로 외환건전성이 양호해 설령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다른 신흥국보다 안전하다지만 신흥국 경기 악화에 따른 간접 파급효과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점차 불안해지는 세계 경제 여건이야말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인이라 하겠다.

신흥국 타격 외에도 미국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경제지표는 다름 아닌 물가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데 있어 기준으로 삼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고용과 소비자물가 두 가지라고 한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가 상승 중이라고 하나 여전히 2%선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유럽에서는 상당수 국가가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양적완화로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고 있음에도 디플레이션의 문턱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인상은 자칫 디플레이션 확산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물론 모두가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멕시코·페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조속한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편이다. 언제까지 불확실성에 휘둘리기보다 차라리 9월 금리인상 후 연준의 기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다.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세계 경제의 폭발성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금리인상을 결단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면 금리인상 폭을 기존 변동 폭인 0.25%포인트보다 낮은 0.10%포인트로 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부정적 파급효과는 줄이되 확실한 신호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