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모 중학교 여교사 A(35)씨가 제자 B(15)군과 성관계를 가진 것과 관련, 네티즌들이 A씨의 사진뿐만 아니라 근무하는 학교, 가족 관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린치'를 가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18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와 네티즌수사대(www.nsiclub.com) 등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곧바로 A씨의 홈페이지를 찾아내 "신상을 털었다"며 자랑하듯 홈페이지 주소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를 일부 네티즌들이 자신의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 마구잡이로 퍼 나르면서 A씨의 신상정보는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A씨가 근무하는 학교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증으로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A씨의 홈페이지가 폐쇄됐지만 이미 확산된 신상정보는 지금까지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더욱이 구글 등 주요 포탈사이트에서는 다음날인 19일 새벽까지 이 교사의 사진을 검색해 낼 수 있을 정도로 포탈사이트의 차단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터넷 린치의 매개체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A씨 가족의 신상까지 파헤쳐 사실상 가정파괴행위까지 자행했다. 한 네티즌은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어린 딸과 찜질방에서 찍은 사진, 태권도 하는 아들 2명의 동영상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편은 변호사"라는 댓글까지 달았다. 물론 일부 토론사이트에서 "여교사가 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신상공개는 사생활을 침해한 위법행위" "이혼한다고 해도 남편과 자식은 어떻게 살라고 신상을 공개한 것이냐"는 등 자성과 중단을 촉구하는 네티즌도 있었지만 한번 휘몰아친 광풍(狂風)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네티즌의 탈법적 신상 캐기와 공개행위는 한 두 번 있는 사례가 아니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고 말한 여대생의 이름, 학교, 학과, 학교 생활 등을 공개한 루저녀 사건, 환경미화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여대생의 부모 직업까지 인터넷에 오른 패륜녀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과 관련, 이를 제기한 측에서 공인도 아닌 타블로의 어머니 등 가족 이력까지 의혹의 대상으로 삼아 마구 파헤친 것도 큰 논란이 됐다.
행위가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퍼뜨리는 인터넷 린치는 익명성에 기댄 네티즌의 가학적 악취미에 지나지 않은데다 법을 도외시한 21세기판 인민재판,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법적 제도적 강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 신상캐기가 놀이처럼 번지고 있어 인터넷 본인확인제도를 강력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 공간의 행동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학교, 가정 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네티즌의 자성이나 포털의 자정능력을 믿기에는 인터넷 문화가 덜 성숙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사이버명예훼손죄, 인터넷실명제 등의 입법이 추진되긴 했으나 표현의 자유 침해나 정치적 이용 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 많아 적절한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