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한판 대결을 벌일 1ℓ 이하 소용량 페트병 출시는 전체 맥주시장의 ‘제살깍아먹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가뜩이나 기존의 1.6ℓ 대용량 매출도 주춤하고 있는 데 1ℓ 이하 소용량 페트병을 선보여봐야 전체 맥주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페트병 맥주시장의 파이는 물론 맥주시장 전체 매출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관계자는 20일 “오비가 700㎖ 페트병을 선보여 오비의 640㎖ 병맥주의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보인 반면 하이트도 1ℓ 페트병을 출시하면 1ℓ의 판매분 만큼 기존 1.6ℓ의 대용량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이트 관계자는 “경기불황땜에 페트병 매출이 줄어드는 분위기인데 1ℓ 이하 소용량을 출시해봤자 기존 병맥주와 1.6ℓ 대용량과 차별화가 없는 만큼 매출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소용량 페트병 맥주의 생산에 이익률을 앞세워 반발하고 있는 주류도매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15일 700㎖ 페트병 맥주‘큐팩’을 선보이고 여름 성수기 공략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소비자 수요를 파악한 결과, 최적의 페트병 용량은 700㎖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날부터 대형할인점 납품을 개시하는 등 대대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태세다. 반면 하이트맥주는 현재 병맥주가 330㎖, 500㎖, 640㎖ 등인 점을 감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1ℓ 페트병맥주 ‘피쳐’의 출시 시기를 현재 조율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하이트맥주는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1ℓ 이하 소용량 페트의 출시는 전체 페트병 맥주시장의 매출 상승에 별 기여를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 오비맥주와 비슷한 시기에 제품을 완료했으나 출시시기를 그간 엿보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 지난 2003년 11월 오비가 먼저 페트병 제품을 출시한 뒤 1주일 늦게 하이트가 같은 용량의 제품을 내놓은 상황과 결과는 비슷하다. 게다가 지난 17일 주류도매업 중앙회의 1,250여 개 회원사 중 900여명이 참여, 700㎖ 페트병 생산 중단을 요청하는 연판장을 오비맥주 측에 전달해 페트병 맥주시장 활성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류 도매상들은 이익률이 낮은 페트병이 이익률이 높은 생맥주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는 데다 공병 회수와 관련한 수익금이 줄어든다는 이유 등으로 생산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도매상이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공병뿐 아니라 맥주통 반납을 거부하는 등의 단체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생맥주시장은 오비맥주가 하이트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데 스스로 발등을 찍는 행위를 왜 하겠느냐”며 반문한 뒤 “도매상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ℓ 이하 소용량 페트병 맥주 출시가 성수기의 경우 페트병 맥주시장의 활성화에 일부 몫을 담당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외이동이 많은 성수기에 무게가 별로 무겁지 않아 한 손에 들고 마시기가 적당한데다 가격까지 저렴, 대학생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업체는 전망하고 있다. 한편 가정용 맥주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지난달 현재 페트병 맥주시장은 하이트와 오비가 각각 53.1%, 46.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하이트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