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경제위기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극복한다는 취지로 구성된 노사정위가 발족 1년을 갓 넘기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올들어 겨우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판국에 두 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칫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국가적으로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노사정 3자간의 대타협을 이루어내기 위해 노사정위가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해 1월 15일이다. 당시 발등의 불인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해 구성된 모임은 그러나 진통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 국난을 극복하자는 컨센서스는 결국 대타협을 일궈낸 것이다. 이때 합의한 사항이 90개항(정부조치 71개·노사자율 17개·국회2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정부조치사항은 56개가 완료됐으며 15개항이 추진중에 있다.
노동계는 노사정위로부터 탈퇴하겠다는 이유로서 정부의 합의사항 불이행을 든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근로자에게만 고통을 전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합의사항이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현재 진행중에 있다고 설명한다. 쟁점사항 가운데 하나인 노사정위의 위상강화 문제에 대해서도 당정간에 협의중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노동계의 요구 가운데는 두 노총끼리의 선명성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두 노총 모두 위원장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이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사정위는 단순히 3자간의 협의체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난을 헤쳐나가자는 전 국민의 합일하에 이루어진 국민적 협의체나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하는 길은 온 국민이 합심, 노력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 200만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려 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급선무다. 내몫, 네몫 찾을 때가 아니다. 두 노총은 노사정위를 탈퇴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