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2세 경영인 바람 거세다


듀오백코리아의 정관영 사장은 올해초 허리 보호에 초점을 맞춘 학생용 가방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는 의자에서 쌓아온 '듀오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인간공학 전문업체로 변신하겠다는 정 사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듀오백 가방은 첫 생산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히트를 쳤고, 자신감을 얻은 정 사장은 2학기 시즌부터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가구업계 2세 경영인들이 젊은 패기를 무기로 삼아 공격적인 신사업 개척을 진두지휘하며 치열한 자존심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앞다퉈 신규 영역을 개척하는가 하면 해외시장 진출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는 등 가구업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4년 창업주인 정해창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전선에 뛰어든 정 사장은 좌식 의자를 비롯해 학생용, 여성용 의자 등 연령이나 성별로 세분화한 제품들을 개발했으며 업계 처음으로 메쉬 소재를 좌판에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입사초기 의자 조립과 납품영업까지 직접 맡는 등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창업주 박유재 회장의 차남인 박진호 에넥스 사장은 최근 보급형시장 진출 및 동남아시장 공략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고가 위주였던 부엌가구에서 탈피해 중저가 맞춤형 부엌인 '스마트 키친'을 출시, 올해 120억원의 매출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 키친은 200여개의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직접 제품의 색상과 디자인, 소재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도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춰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연말까지 중국에 이어 베트남 하노이에도 생산시설을 완공해 동남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한편 서울 능동과 강남지역에 직매장을 설치하는 등 내수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06년 대표에 오른 박 사장은 공학박사의 역량을 살려 친환경 수성도료인 워터본(Water Borne)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렌탈정수기 시장에 뛰어드는 등 수익구조 다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에이스가구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사장은 매일 아침 충북 음성의 생산라인을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현장 밀착형 CEO이다. 자주 현장을 찾다보니 생산직원 200여명의 얼굴과 이름을 훤히 외고 있을 정도다. 안 사장은 지난 2008년 총면적 7,200㎡ 규모의 '에이스 애비뉴'를 오픈하며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의 명품 가구들의 유통 사업에도 진출했다. 당시 금융위기가 불거지며 해외 직수입 제품을 선보이던 에이스 애비뉴의 매출도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기존의 제조업에서 가구 유통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코아스웰 노재근 회장의 장남인 노형우 실장은 경영기획실을 맡아 구매시스템 및 물류ㆍ시공시스템 개편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에몬스가구 김경수 회장의 남매도 실무에서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2세 경영인들이 탄탄한 지식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것은 물론 회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바탕으로 전문 CEO 못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재근 코아스웰 회장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2세의 가업승계가 가져오는 긍적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불모지에서 기업을 키운 아버지를 어깨 너머로 보고 자란 경험은 회사에 대한 강한 애정으로 이어지며 회사의 위기 시에도 재기를 위해 발벗고 나설 수 있는 것도 2세 경영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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