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사들인 모기지증권(MBS)매각 시점과 관련한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25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에 앞서 제출한 성명서를 통해 "특정 시점에 가서 MBS를 점진적으로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MBS 매각은 통화긴축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통화 긴축정책이 진행될 때까지는 어떠한 증권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지난 2월의 의회 청문회 발언과 다소 차이가 있다. "매각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도 이번에 빠졌다.
그 동안 FRB의 보유자산 매각 시기는 출구전략의 맨 마지막 단계로 금리인상 기조 돌입 이후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으나 이날 발언은 경제상황에 따라 좀 더 빨리 매각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조2,500억 달러어치에 이르는 FRB의 MBS 매각은 가장 강력한 유동성 흡수 수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중의 과다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시중 금리가 실제로 따라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이날 발언은 최근 몇 개월 동안 FRB 내부에서 MBS매각에 대한 논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총재는 이날 블럼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FRB의 자산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지금부터 자산매각 계획을 짜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RB 내부에서는 조기 매각론도 제기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현재의 경제 상황은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의 뒷받침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저금리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