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 탓에 가맹정 창업을 희망하는 직장인과 퇴직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문정동 제네시스 BBQ 본사에서 열린 창업설명회에 많은 창업 희망자들이 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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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불안감" 30대 직장인 대거 몰려
"1억으론 명함 못내밀어" 선뜻 결정 못하고 한숨치킨점·저가형 커피전문점 등만 신청 쇄도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김지영기자 ab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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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에 가맹정 창업을 희망하는 직장인과 퇴직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문정동 제네시스 BBQ 본사에서 열린 창업설명회에 많은 창업 희망자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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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회사 7년차 영업사원인 김정석(35ㆍ가명)과장. 지난 11일 오후 미팅 약속을 다음날로 미루고 외출에 나섰다. 팀장에게는 계약자 미팅에 간다고 둘러대고 김 씨가 찾은 곳은 치킨점문점 창업설명회. 시작 30분전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불황에 언제 잘릴 지 불안해 하느니 이번 기회에 조그만 치킨집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왔다"는 김 씨의 눈에 여기저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 서울 문정동 제네시스 BBQ 본사에서 열린 창업설명회장. 30명 정도로 예상했던 참석인원이 80명으로 불어나며 설명회장은 의자 놓을 자리도 없을 정도다.
1시간 정도의 창업설명회가 끝나고 만난 예비창업자들의 표정은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최근 창업시장은 예년과 달리 30대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세에 퇴직한다는 '체온퇴직'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30대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환 BBQ 사장은 "직장인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며 "한살이라도 젊을 때 창업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때 테헤란밸리에서 잘 나가는 IT벤처기업 연구원이었던 서원석(33)씨도 창업을 말리는 부인을 데리고 이날 설명회장을 찾았다. 서 씨는 "IT기업도 좋은 시절은 다 간 것 같다"며 "어차피 치킨집을 하면 부인과 같이 해야 돼 억지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불황이 가족 모두를 생계의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실제 BBQ의 경우 창업설명회 참가자들 연령대가 지난해는 70%이상이 40~50대 퇴직자들이었는데 요즘은 거꾸로 30대가 2배이상 늘어 70%정도에 달하는 등 전반적으로 30대 창업희망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
이처럼 지난 1997~98년 외환위기때와 마찬가지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 속내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즉 외환위기 당시에는 상당수 퇴직자들이 그나마 번듯한 가게를 차릴 수 있는 상당액의 명예퇴직금이라도 챙겼지만 지금은 실제 퇴직금만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대다수다.
지난해 12월 호텔 지배인으로 근무하다 명예 퇴직했다는 김영훈(43)씨는 "도박하는 심정이다. 대박은 바라지도 않고 쪽박은 면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40대는 반드시 정년을 맞는다는 '사필귀정'이란 말처럼 김 씨와 같은 처지의 40대 퇴직자들의 창업에 대한 기대는 절박하기까지 했다. 경기불황으로 호텔 상황이 악화되면서 퇴직금이라도 챙기자라는 심정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해 약간의 웃돈을 포함해 받은 1억원이 김 씨가 가진 전부다. 김 씨는 "호텔경험을 살려 규모가 있는 곳을 하고 싶지만 1억원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 같은 처지의 예비 창업희망자들 대부분은 그래서 치킨전문점이라도 차릴 수 있으면 다행이다. 오른 임대료에 높아진 창업비용을 따지면 6~7평 규모의 분식집 등도 힘겹다. 때문에 잘 알려지고 성공 가능성이 높거나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적은 가맹점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실제 같은 날 C 커피전문점 창업설명회. 5명 정도의 예비창업자들과 회사측이 상담을 진행중이었지만 다소 진통을 겪는 모습이었다. 임대료를 제외하고도 1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창업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 반면 이랜드가 내놓은 저가형 커피전문점 더카페. 5,000만원(임대료 제외)에 불과한 창업비용이 알려지며 투잡을 하려는 직장인들의 창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창업아이템은 빌딩 소유주 등이 투자형 창업으로는 할 수 있어도 퇴직자들은 접근하기 힘들다"며 "결국 불황기 창업은 저가 생계형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지나친 경쟁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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