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구청-건물주-벤처기업-은행-한국통신 유기적 연결「1석5조」. 서울 관악구(구청장 김희철·金熙喆)가 민간건물주·벤처기업·은행·한국통신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 단돈 100만원에 번듯한 벤처빌딩을 마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벤처단지는 참여업체나 기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조성돼 「절약형 벤처집적시설 조성방식」의 새 모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관악구는 최근 신림2동의 민간건물에 11개 벤처기업의 입주를 마쳐 벤처집적시설(오성벤처빌딩)로 탈바꿈시켰다.
관악구는 이를 통해 서울대 주변에 벤처타운을 조성, 취약한 산업기반을 보강하고 세수증대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됐고 입주 벤처기업들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있다. 또 민간건물주는 짭짤한 임대수입을, 은행은 담보와 이자수입을, 한국통신은 통신시설이용료를 챙길수 있게 됐다.
관악구가 벤처빌딩 조성에 투자한 돈은 통신망구축에 필요한 장비설치비 100만원. 그러면서도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있게 된것은 관악구가 은행을 끌어들여 「거간 역할」을 잘했기 때문이다.
먼저 벤처기업의 혜택. 지상 9층 규모의 이 건물 임대보증금은 평당 총 200만원. 하지만 벤처기업들은 처음에 평당 30만원의 임대보증금만 내고 입주한 뒤 미납보증금(평당 170만원)의 이자에 해당하는 임대료(월세)로 매달 평당 1만5,000원만 내면 된다. 월세이자가 0.9%(연 10.75%)로 시중 임대관행상 적용되는 2.0%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21.74평을 사용하는 S사의 경우 지난해말 입주시 652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냈고, 월세 33만원은 이달말 은행에 자동납부할 예정이다. 다른 건물보다 임대보증금 부담이 훨씬 적은데다 매달 41만원의 월세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건물주도 이득을 보기는 마찬가지. 건물주는 임대보증금으로 S사로부터 652만원을, 은행으로부터 3,696만원(미납보증금)을 받았다. 부동산 등 돈이 될만한 담보제공 능력이 없는 벤처기업 대신 은행에 건물을 담보로 제공한 대가다.
건물소유주는 이런 방식으로 11개 벤처기업으로부터 1억5,000만원, 은행으로부터 6억9,000만원 등 총 8억4,000만원의 임대보증금 수입을 올렸다. 월세는 못받지만 사무실을 놀리는 것보다 훨씬 짭짤한 수익을 얻은 셈이다.
은행도 안심하고 매달 대출이자를 챙길수 있다. 입주업체가 부도 등으로 장기간 월세(은행측으로서는 건물주에 대한 대출금리)를 내지 못하면 구청에서 다른 업체를 입주시키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거의 없다.
관악구는 또 한국통신이 이 건물에 근거리통신망(LAN)을 설치하도록 주선했다. 입주업체들이 인터넷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통신이 임대하지 않는 일부 장비(100만원 상당)는 구청에서 사줬다.
한국통신은 LAN망을 설치하는데 재료비만 700만원 가량을 썼지만 입주업체들로부터 매달 200여만원에 이르는 사용료 수입과 시장선점 효과를 얻게 됐다. 입주업체들도 개별적으로 고속회선을 이용하려면 월 70여만원이 들지만 공동사용으로 월 10~2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관악구는 앞으로 이같은 방식을 통해 벤처단지 조성을 확대할 계획인데 벤처집적시설 조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다른 지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