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기바닥론' 솔솔

경제지표·은행실적 개선 조짐
IMF선 "침체 깊고 회복 느릴것" 전망도


최근 경제지표 및 은행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자 독일을 필두로 유럽에서도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연합(EU) 경제에 대해 "미국보다 침체는 깊고 회복은 더딜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유로 경제의 앞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나.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권에서 최악의 침체국면이 끝났다는 신호가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며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유럽연합 16개국)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 달 들어 경제 둔화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유로존 산업신규수주 지수와 유로존 구매자관리지수(PMI)의 호전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4ㆍ4분기 3개월 동안 전월 대비 7~9%씩 급락했던 유로존 산업수주 지수는 올 1월 2%, 2월 0%대의 하락률을 보이며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 바닥 신호를 내고 있다. 4월 유로존 구매자관리지수(PMI)도 지난달보다 2.2포인트 상승한 40.5로 6개월만의 최고치를 보이며 전일 뉴욕증시의 막판 반전을 이끌어냈다. 악화일로를 걸었던 은행 실적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전일 유럽 주요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올 1ㆍ4분기 분기 순이익이 20억 스위스프랑에 달한다고 밝혔고, 바클레이즈의 최고 경영자도 올 은행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 언급했다. FT는 "심각한 경기 둔화를 과소평가해서도 안되겠지만 둔화 이후 경제 회복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근 지표로 추정해 볼 때 9월께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럽이 세계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IMF가 내놓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유럽이 미국ㆍ아시아권보다 심각한 침체를 겪고 회복 역시 느릴 것이라 전망했다. 이미 EU 은행들은 미국 은행보다 더 큰 부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유럽의 문제가 미국보다 작다"고 주장해 온 역내 국가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은행 손실액 중 절반 이상은 미국 파생상품 투자가 아닌 역내 기업 부실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에 따르면 유럽 은행(영국 제외)들의 부실로 인한 자산상각 규모는 2007~2010년 1조1,09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의 1조49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유로존 은행들의 상각률은 현재 17%에 불과해 미국의 50%에 크게 못 미친다고 IMF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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