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병원 유치, 국회 결단할 때


우리나라에서 적절하지 않은 명칭으로 사회적 논란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책 사례가 적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에 허용 여부가 쟁점인 외국 병원 유치 문제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라고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국내 병원이 얼마나 되는가. 논점은 영리가 아니라 외국 병원 허용 여부이고 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투자 유치를 위한 목적이 크다. 건보 시스템 붕괴 우려 지나쳐 지난 2002년 12월 관련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0여년 동안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병원 유치에 대한 찬반 주장이 맞서고 있어 외국인 투자에 적잖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하면 의료비가 급증하고 지역의료기관이 몰락하며 급기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학교와 함께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 수준은 우수하지만 외국인들은 우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진료시간이 짧고 의사소통 장애, 입원실 부족 등 우리 의료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외국인들은 질병에 걸릴 경우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한국 근무에 동의한다고 한다. 외국 병원 유치정책의 본래 취지는 세계 유수의 시설과 의료 서비스를 갖춘 병원을 운영자로 선정, 외국인들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급팽창하는 의료수요에 대처하고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도입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인천 송도에 국제병원이 문을 열면 국민의료비가 급증하고 경쟁력을 잃은 지역 의료기관의 몰락, 민간보험의 급격한 확대와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외국 병원 설립을 계기로 영리법인 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며 지나친 우려라고 판단된다. 2006년 제도가 완비됐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를 볼 때 야당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영리법인 병원의 전국 확산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관련 법률 제ㆍ개정안들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안 되는 현실을 기다리다 못해 정부에 현행법 아래서의 제도 보완 방안을 요청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이미 선정한 투자자와의 약속이 종료되고 국제병원 유치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국회의 노력을 지켜보되 법 개정이 안 될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위법령을 고쳐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며 막힌 담이 뚫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서 합의 도출하는 게 최선 이제 국회가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거쳐 대안을 찾고 정파를 초월한 합의를 이뤄 미비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외국 의료기관 도입은 분명 우리 사회에 새로운 시도이다. 필요성, 문제점, 정책 실현방향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분석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진통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념적 대립과 논쟁으로 갈등과 진통이 장기화돼선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외국 병원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시험적으로 운용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치하다 더 큰 문제가 야기되거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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