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 교체 가능성

■ 이건희 회장 "경영진 쇄신 고려"
외국인 CEO 도입·전략기획실 해체 될수도
순환출자 구조 해소·지주사 전환도 추진할듯

삼성특검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삼성그룹의 쇄신책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층 심란해진 삼성직원들이 총총히 삼성 본관을 들어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특검의 2차 소환조사 직후 그룹 쇄신을 강도 높게 언급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향후 지배구조 및 경영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사장단회의를 통해 미리 작성한 원고를 읽으며 단호하게 심중을 밝혀 그룹 쇄신책의 밑그림이 상당 부분 그려졌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쇄신 문제도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것은 그룹 수뇌부의 일선 후퇴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둘 정도로 초고강도의 수습책이 준비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삼성그룹 측은 이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이번 발언이) 이 회장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계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그룹 경영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이 차제에 10년 넘게 발목을 잡아온 지배구조 논란을 이 기회에 확실히 종식시킬 방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특검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그룹 수뇌부의 인적 쇄신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핵심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회장 스스로 자신의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힌 마당에 휘하 경영진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그룹 안팎에서는 그룹 2인자인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 김인주 사장 등 전략기획실 핵심 경영진의 교체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나 김 사장은 과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해 특검 수사는 물론 시민단체의 표적이 돼왔다. 나아가 과거 SK그룹의 전문경영인 회장이나 두산그룹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발언 수위를 감안할 때 삼성그룹 경영진의 세대교체도 상당히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계열사들의 경우 10년 가까이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수 전문경영인 역시 그룹 전반의 혁신 바람 속에서 교체될 확률이 높다.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그룹의 사령탑으로서 대규모 투자와 계열사 사장단 인사 등을 총괄해온 그룹 전략기획실의 해체, 또는 대폭 개편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과거 외환위기를 맞아 그룹 기획조정실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듯 이번 삼성 특검 수사의 표적이 됐던 전략기획실의 환골탈태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순환출자로 얽혀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특검 수사의 배경이자 그동안 ‘반삼성’의 구실거리였던 순환출자 구조를 이 기회에 털어버려 더 이상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체제개편의 기초공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 2세 승계를 위한 계열분리 역시 예측 가능한 방안 중 하나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막대한 현금이 필요한 점을 들어 삼성그룹이 당장 지주사 전환을 선언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보다는 일부 계열사의 지분정리 등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전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선에서 그룹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